아버지가 결혼하던 날. 내겐 김치걸레 걱정이 가장 컸다.
-배추김치. 아버지 결혼 전날, 들꽃뫼 고모 딸 윤이 누나는, 하얀 탁구공 몇 개를 가져왔다. 탁구장에 취직했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큰 밥상에 필통을 가운데 네트처럼 놓고, 공책으로 탁구공을 치면서 놀았다. 밥상에 부딪힌 탁구공은, 둔한 '탁' 소리를 냈다. 놀다 보니, 한 개는 짜부가 되었다. 아버지 사촌들은 좀 더 왔고,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었다. 다들 우리 식구와 같이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탄광촌 근처에 산다는 친척들도, 함께 앉았다. 평소와는 달리, 무덤처럼 수북한, 어른 밥공기가 올라왔다. 한 어린애가, 배추김치를 덥석, 손으로 집었다. "내가 해줄게" 하며 어떤 아주머니가 배추김치를 뺐었다. 이 번엔 그 아주머니가, 손으로 기다란 김치를, 반으로 쭈욱 찢었다...
2023. 12. 30.
'자위행위'가 뭐예요? 여자 선생님께 물었더니. 한자실력으로 풀어보자.
-처음엔 잘 나갔는데 ''의제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저요'' ''저요'' 애들은 서로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나를 지목했다. ''네가 말해 볼래?'' ''네, 의논할 일의 제목이요'' ''음, 맞았어'' 국민학교 3학년 ( 70년대엔 국민학교였다 ), 아침 자습시간에, 날일, 달월 등 칠판에 쓰인 한자를 그린 덕이었다. 잘 모르는 단어는 대부분 한자이니, 한 글자씩 뜻을 새겨 대강 뚜드려 맞추면 통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조금 까다로워졌다. 6학년 국사시간. 육의전의 전매특권등을 설명하기전, 담임 선생님이 질문했다. ''전매가 뭔지 아는 사람?'' ''저요, 아파트같은 걸, 사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바로 전달 매도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시 TV뉴스에서 주워들은 말을 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