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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비빔시 - 하여가 단심가를 비비면 어떻게 되지?

by 크루드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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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데스

 

   샤또는 홍진이를 찾아 하데스 계단을 내려갔다. 주인인 홍진이는 손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샤또는 홍진이 옆에 앉았다. 오른쪽 선반에는 세련되고 복합적인 빈티지 와인 샤토 팔머(Chateau Palmer)가 있었다. 천정에는 위스키 잔들이 줄 맞춰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노란색 간접조명이 군데군데 비추는, 앞 진열장에는 술이 든 양주병들이 도열해 있었다. 레드마틴, 앱솔루트 보드카, 붐베이 사파이어, 호세쿠 엘보, 베리나인, 길벗 그리고 캪틴큐.

 

  삼 천 원짜리 캡틴큐를 보는 순간 샤또 머릿속에선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뤔~~~캡틴큐

 

 

2. 주고받는 노래

 

  샤또가 말을 붙였다. 

 

  "홍진아. 오늘 진주같은 비가 내리는데, 네 생각이 나더구나"

  "아이, 샤또."

  "우리 서로 주고받는 노래 한 번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

  "주고받는 노래가 다 있사옵니까? 샤또?"

  "왜 있지 않느냐.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그거 말이다"

  "아~서로 동문서답하는 노래 말이신가요? 샤또?"

  "음, 홍진이는 그 걸 제대로 알고 있구나"

 

  홍진이는 비음을 첨가하여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매력적인 소리가 나왔다. 홍진이도 놀랐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샤또가 갑자기 자기를 엄지로 가리켰다. 샤또는 배에 바람을 한 껏 넣었다가, 바리톤 성악가처럼 굵은 목소리로 불렀다.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홍진이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샤또의 눈망울을 보았다. 자신이 들어 있었다. 홍진이는 시치미 떼고 샤또에게 질문하듯 노래했다. 

 

 "그댄 그댄 바람소릴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 속을 걸어요"

 

  노래는 여기까지 하고, 샤또가 말했다.

  "음. 홍진아. 어째 조금 이상하다."

  "뭐가 그리도 이상한지요? 샤또옹?"

  "이거 원래 남자가 먼저 질문하고, 여자가 딴 소리 하는 것 아니었더냐?"

  "그렇사옵니까? 아무렴 어떻사옵니까 이런들 저런들 어떻사옵니까? 샤또호?"

 

 

3. 무엇이 중요한가

 

  샤또도 홍진이를 보았다.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 속엔 샤또 마음이 들어 있었다. 

 

  "너는 아니?"

  "무엇을요? 샤또?"

  "사람이 죽으면 뼈조차 흙으로 돌아가는데. 영혼이라는 것이 있을까?"

  "있든 없든. 이런들 저런들 어떠합니까? 샤또?"

 

  홍진이는 분위기를 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철없는 샤또의 생각을 바꿔보려 말을 전환 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생이 좋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래도 개똥밭은 싫구나" 

  홍진이의 예상대로 샤또의 '의식의 흐름'은 저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죽거나 살거나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랍니까?"

  "그래? 그럼 뭣이 중헌디?"

  "샤또를 향한 저의 붉은 마음. 심장처럼 뛰어가고, 피처럼 붉은 진주(珍珠) 같은 마음이지요. 샤또오~ 그래서 제가 홍진(紅珍)이 아니겠사옵니까?" 

  "음. 그래. 홍진아. 너밖에 없는 듯하구나. 너와 나 이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백 년 동안 살아 보자꾸나."

  "아이~ 샤또."

 

 

4. 주고 받는 팔도비빔 시

 

  "샤또? 방금 서로 한 말 기억나시지요?"

  "그럼. 기억나지"

  "서로 한 구절씩 주고받는 시 어떻겠사옵니까?"

  "그래? 팔도비빔시로 해볼까?"

  "샤또가 먼저 하시면, 홍진이가 잇고. 샤또가 또 한 번. 제가 또 한 번."

  "홍진아. 간다" 

 

  샤또와 홍진이는 주고 받았다. 서로의 마음을.

 

(단)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단)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하)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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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샤또와 홍진이는 좀 더 놀았다. 아직 마감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아래 '주고받는 팔도비빔시'를 시작과 결말을 바꿔가며 읊어 보았다. 그리고 서로 물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정몽주는 용서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갑자기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하나님이 벌써 용서하셨다는데.. 내가 어떻게 용서를 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용서를 해야지..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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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 하여가(何如歌)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단) 

< 단심가(丹心歌)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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