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샤또와 홍진이는 '하데스' 지하 주점에 마주 앉았다.
탱~하고 울리는 잔에는, 보르도 1등급 와인 샤또 라투르( Chateau Latour )가 채워져 있었다. 짙은 보라색 향기가 났다. 서양의 감초라 불리는 리코리스의 은은한 계피향이 위에서 흔들렸다. 그리고 새끼 앵두 같은 레드커런트, 후추, 호두, 블랙베리, 가죽, 미네랄 등의 향기가 잔 속에서 춤을 췄다. 도통 무슨 향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조를 한 수 읊어 보게나"
"떠오르는 장면이라도 있으신지요. 샤또"
이 세상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산들이 많다. 산이 아무리 높음을 자랑해도, 하늘에는 견줄 수 없지. 산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흐르는 저 강들. 그리고 산의 자태를 보아라. 변함이 없다.
오직 인간만 흘러 떠내려가니 말이다. 주름 잡힌 이마. 희끗한 머리를 애써 붙잡으려 했던 그들은 다 어디에 있단 말이냐.
한 가닥. 나의 봄 마음을, 소쩍새가 어찌 알겠느냐. 홍진이 너는 아느냐.
해는 뉘엿 뉘엿한데, 나는 이 세상을 지나는 나그네 같구나. 덧없는 인생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어디 한 번 지어 보겠느냐."
"네 샤또. 에이아이 버전으로 지어 올리리이다"
"어허~ 그 건 또 무엇이더냐."
"이 것 저 것 쓸어 모아 발명을 한 것이랍니다."
"옳거니. 비빔밥을 말하는 게구나. 어서 해 보거라"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하노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데, 이 거 혹시 표절 아니더냐."
"4 가지 시조를 합한 시입니다."
"헛~ 그런 게 다 있느냐. 그런 시조를 뭣이라 하더냐"
"네, 샤또. 융합 시조의 일종으로, 팔도에서 불러 모았다고, '팔도비빔 시'라 하옵니다."
"이런. 깜찍이 소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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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 시의 조합은 아래 태-오-이-흥으로 하였답니다.
(태)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이)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흥)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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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태산가(泰山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
(이)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이조년
(흥)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하노라
-원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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