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잘 나갔는데
''의제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저요'' ''저요''
애들은 서로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나를 지목했다.
''네가 말해 볼래?''
''네, 의논할 일의 제목이요''
''음, 맞았어''
국민학교 3학년 ( 70년대엔 국민학교였다 ), 아침 자습시간에, 날일, 달월 등 칠판에 쓰인 한자를 그린 덕이었다. 잘 모르는 단어는 대부분 한자이니, 한 글자씩 뜻을 새겨 대강 뚜드려 맞추면 통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조금 까다로워졌다.
6학년 국사시간. 육의전의 전매특권등을 설명하기전, 담임 선생님이 질문했다.
''전매가 뭔지 아는 사람?''
''저요, 아파트같은 걸, 사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바로 전달 매도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시 TV뉴스에서 주워들은 말을 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머뭇거렸다. 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설명이 없이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렸다.
수십년이 지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었다.
-전매(專賣) : 어떤 물건을 독점하여 팖
-전매(轉賣) : 샀던 물건을 도로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김
-자위대
시간은 흘러, 중학교 1학년 도덕시간. 둥그런 커트머리에 타이트 스커트를 입은 젊은 선생님은, 심리검사지를 나눠주었다. 문항은 수십개였다.
한 아이가 질문했다.
''선생님, 여기 17번에. 자위행위가 뭐예요?''
나는 일본 자위대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도 대답할 생각을 않는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는 애들이, 한심했다.
답답한 나머지 큰 소리로 대꾸했다.
''야. 자위대를 생각해봐. 스스로 자, 위할 위, 스스로를 위하고 지키는 행위잖아''
내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선생님은 여전히 딴 곳을 보고 있었다.
단지,
키득키득
웅성웅성.
책상을 탁 치는 소리만 들렸다.
오늘날은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뭐든 바로 알 수 있으니, 이렇게 단순한 질문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널린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
※ 자위대 自衛隊
스스로 자, 지킬 위, 무리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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