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결혼하던 날. 내겐 김치걸레 걱정이 가장 컸다.
-배추김치. 아버지 결혼 전날, 들꽃뫼 고모 딸 윤이 누나는, 하얀 탁구공 몇 개를 가져왔다. 탁구장에 취직했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큰 밥상에 필통을 가운데 네트처럼 놓고, 공책으로 탁구공을 치면서 놀았다. 밥상에 부딪힌 탁구공은, 둔한 '탁' 소리를 냈다. 놀다 보니, 한 개는 짜부가 되었다. 아버지 사촌들은 좀 더 왔고,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었다. 다들 우리 식구와 같이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탄광촌 근처에 산다는 친척들도, 함께 앉았다. 평소와는 달리, 무덤처럼 수북한, 어른 밥공기가 올라왔다. 한 어린애가, 배추김치를 덥석, 손으로 집었다. "내가 해줄게" 하며 어떤 아주머니가 배추김치를 뺐었다. 이 번엔 그 아주머니가, 손으로 기다란 김치를, 반으로 쭈욱 찢었다...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