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추억에 관한 모든 것55

예민한 '완두콩 공주'를 읽고, 그녀 앞에서 뛰었다. 심장도 쿵쾅. -방과후에도 함께 원효로 2가에 있는 남정국민학교. 학교 정문 안쪽 철조망 우리 안에는 원숭이들이 펄쩍 펄쩍 뛰어 놀았다. 신기한 원숭이도 보고, 경림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나를 방과후 독서반에 넣었다. 독서반 활동으로 동화책을 읽다 집에 갔다. 거기엔 경림이도 있었다. 야호. '공주와 완두콩' 동화를 읽었다. 한 왕자가 폭풍우에 엉망이 되어 찾아온 공주를 테스트한다. 침대에 완두콩 하나를 놓고, 매트리스 12개, 오리털 이불 12겹을 깐 침대 위에서 자라고 한다. 공주는 '한 잠도 못 잤는데, 아래에 뭐가 있는 거냐'고 묻는다. 예민한 공주를 최고 신붓감이라 여기고 왕자는 결혼을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날카로운 여자와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나 보다. 이 얘기는 경림이.. 2023. 12. 30.
군사정권 시절.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그녀를 사랑했지만 결국... -음악시간의 풍금 도-도레미-도♪ 미-미파솔-미 / 솔-라시도시라♪ 솔-파미레 국민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남자인데도 풍금을 잘 다뤘다. 피아노, 풍금 등 음악은 주로 여자의 영역이라 생각했었는데, 남자 선생님이 악기를 잘 다루니 부러웠다. 나도 잘하고 싶었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70년대 피아노 가격은 초임교사 월급의 41배인 70만원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다. 반면, 풍금은 월급의 2배인 3만5천원 선이었다.[1] 국민학교에서는 비싼 피아노 대신, 층마다 풍금을 한 대씩 갖다 놓고 각 반에서 공동으로 사용했다. 발로 공기를 불어 넣는 '리드 오르간'. 풍금은 피아노처럼 한 음 한 음 정확히 부딪혀 내는 맑은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쉼없는 페달의 움직임으로 밀려 오는 바람을 이.. 2023. 12. 30.
이런 용기와 전략으로, 내가 원하는 예쁜 여자를 얻을 수 있을까? -책상은 전쟁터였다 70년대 교실은 인구폭발 직전이었다. 한 반에 8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드글거렸다. 많은 학생을 수용해야 하니, 둘씩 짝지어 한 책상에 앉아야만 했다. 책상 하나에 여자와 남자가 짝으로 앉았다. 남학생이 더 많으면, 남학생끼리 짝을 지었다. 이건 끔찍한 일이었다. 낡고 어두운 색의 책상은 때 묻어 반질반질했고, 책상 아래 서랍은 학용품을 넣도록 앞이 뚫려 있었다. 서랍 가운데는 칸막이가 있어, 소지품이 섞이진 않았다. 책상 위는 자주 영역싸움이 일어나는 전쟁터였다. 남자애들은 영역표시를 위해 연필 깎는 칼로 가운데 금을 새겨, 짝꿍의 물건이나 신체부위가 못 넘어오게 했다.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짝꿍의 지우개나 연필이 금 넘어 구역을 침범하면, 자기 것으로 압수하거나 칼로 잘라가기도 했다... 2023. 12. 30.
춤바람이 난 것은, 일요일 교회 다녀 온 직후였다 -철우네 마루 철우, 영기, 나는 삼총사. 6학년 때 셋은 대림동 양문장로교회에 다녔다.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집과 20미터 거리인 철우 집에 먼저 들렀다. 대문 옆에는 철우 아버지 성함이 한자로 쓰여있는 문패가 달려 있었다. 문을 열기 전에는 문패의 이름을 흘깃 쳐다보게 된다. 자주 보는 이름이라 낯설지 않았다. 철우 집에 갈 때마다, 한글로 이름이 박힌 공로패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름에도 왠지 무게가 있는 것 같았다. 철우네 마루는 번쩍였다. 벼룩이 뛰어오르다 미끄러져 관절을 삘 정도였다. 철우 어머니는 짙은 나무색 마루를 자주 닦았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주웠다. 철우 어머니가 잡채밥을 해 주셨을 때, 나는 밥 위에 올려진 잡채를 먼저 먹어야 하는지, 비벼 먹어야 하는 건지 몰라 눈치를 살피.. 2023. 12. 30.
포경수술하러 갔더니 간호사가.... 1. 만지작 만지작 "어떻게 오셨어요?"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그게 저...포경수술..." 25세 청년 얼굴은 후끈했다. 남북통일을 기다렸지만, 가능성이 없었다. 군대에 가야지. 먼저 포경수술부터 하자. 수술이 시작됐다. 의사는 만지작 만지작. 만지면 커지리. 피가 채워진 해면체 때문에 음경이 팽팽해졌다. 의사는 둘레를 띠모양으로 오렸다. 오려진 피부는 어디에 버렸을까? 잘린 위 아래 피부를 실로 꿰맸다. 환상절제술(環狀切除術, circumcision = circum 둘레 + cision 절개 ) 이었다. 통증으로 환장할 뻔 했다. 다음날은 여자 간호사가 상처부위를 소독했다. 너무 아파서 창피한 순간은 곧 지나갔다. 한 달간 아팠다. 2. 아들 포경수술 문제로 죽을 뻔한 모세 성경 속에도 포경수술 이.. 2023. 12. 30.
벌침 뽑고 빨고 놀던 가을. 죽어가는 엄마에게 억새풀을... -벌을 먹었다 "아얏." 벌침에 쏘였다. 손가락에 꽂힌 검은 벌침. 나는 벌과 놀았고, 엄마는 죽어가고 있었다. 강변북로 옆 서부이촌동. 시영아파트 발코니에선 노량진과 여의도가 보였다. 63빌딩 건축 전. 창문으로 한강을 바라보았다. 해는 매일 떨어졌다. 기울어가던 해가 강물에 산산조각 나는 날들은 계속됐다. 시영아파트 뒤쪽 풀밭을 지나 철조망까지 다가갔다. 철망을 손으로 잡고, 사이에 발을 끼어 넣어 기어 올랐다. 꼭대기에서 앉은 자세로 뛰어내려 강변북로를 살폈다. 차가 뜸해지면 치타처럼 뛰어 건넜다. 국민학교 4학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가 많지 않았다. 반대편에 다다르면, 경사진 한강 제방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여기엔 커다란 돌들이 45도 경사를 이루어 불규칙하게 박혀 있었다. 박힌 돌 사이에는 코스.. 2023. 12. 30.
'닥터 마주봐'는 엉덩이를 살폈다 - 노가리 노가리 벗츄? -그녀는 오소 엉덩이를 살폈다 오소는 엉덩이를 깠다. 30대 여의사 '레이철 마주봐' ( Dr. Rachel Majuvah )- 실명이다-는 환부를 살폈다. 그녀는 말레시아 현지어로 병명을 말했다. 뭐라는 거야? 마주봐는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우리말로 '종기'라 쓰여 있었다. 오소에게 코타키나발루는 천국이었다. 드럼도 배우고, 50평이 넘는 콘도에서 왕처럼 살았다. 아니 지냈다. 내시나 시녀는 없었다. 고독사하기 딱이었다. 코타키나발루 콘도를 장기 렌트한 오소. 하루에 열 번 이상 샤워를 했다. 피부 자극이 심했는지, 엉덩이 염증은 낫지 않았다. 10월의 마지막 날. 드럼학원이 있는 킹피셔 플라자로 향했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편도 2차선. 도로 옆은 흙바닥. 듬성한 풀들. 무질서한 나무들. 가끔 보이는.. 2023. 12. 30.
'누가 꿀떡을 먹었니 항아리에서' 별이 쏟아져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밤, 캠프화이어. 캠프퐈이어. -누가 꿀떡을 먹었니. “누가, 꿀떡을 먹었니, 항아리에서” “이지연이 먹었지, 항아리에서” “난 아냐” “그럼 누구?” 중3 양문교회 여름 수양회. 경기도 가평 현리까지 관광버스로 갔다. 버스 뒤 쪽에 서서 갔다. 버스 안. 놀이가 시작됐다. 양 무릎 꽝/ 손뼉 짝 / 오른 엄지 척 / 왼 엄지 척 / 4박자 놀이다. 모르는 애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였다. 부회장 이지연은 내 이름을 자꾸 불렀다. 내가 꿀떡을 먹었다면서. 이런 행운이. 이지연은 신림여중 3학년, 단발머리였다. 통통하고 귀여웠다. 그녀가 웃었다. 눈매에선 가지런한 초승달 두 개가 보였다. 윗니 아랫니가 보이게 활짝 웃으면, 양쪽 볼이 볼록해졌다. 버스 좁은 공간은 축복이었다. 지연이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꽃이라도 되어야 할까. 제발 .. 2023. 12. 30.
질서있게 승차하라고? - 언어의 위계질서 -기도문 쓰기. "기도문을 좀 써 주지?" "네? 주일 대표 기도문이요?" 7년 전. 기도문 부탁을 받았다. 장인어른 출석 교회 주보를 집어 들었다. 주보에 게재된 목사님의 설교 내용을 검토했다. 행사 안내 광고도 살폈다. 현안을 알아야 헛발질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리를 내보면서, 몇 마디 후 자주 쉼표를 찍었다. 숨죽여야 하는 회중들은 답답하다. 마음에 응어리가 앉지 않도록, 2분 이내로 분량을 맞췄다. 교훈을 강제로 주입하려는 설교. 깊이 없는 설교. 신과 소통할 시간을 빼앗는 설교에 한(恨)을 품은 적도 많았다. 회중들은 교회 예배 구경만 하고 남의 소리만 듣다가, 가슴 응어리를 싸들고 돌아갈 수도 있다. 대표기도 시간이라도 짧아야 한다. 기도문을 읽으면서 타이머를 쟀다. 1분 40초쯤 걸렸다... 2023. 12. 30.
'등대지기를 불러준 효숙이'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래 불러 줄래?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효숙이가 노래를 불러 준다. 눈은 먼 곳을 향했다. 배꼽 근처에 두 손을 모았다.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신비로운 가사. 추운 겨울인가 보다. 달그림자도 얼어붙었다. 나도 얼어붙었다. 어릴 적 동화.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묶였다. 자신을 결박시켰다. 세이렌의 소리를 들으려 했다. 오디세우스처럼. 나도 그녀의 노래에 묶였다. 효숙이의 목소리. 나를 잊어버렸다. 하늘에서 탄생한 음악이었다. '물결 위에 차고?' '자고?' 머리를 굴렸다. '자고'가 맞아. 물결 위에 달 빛이 멈춰 있잖아. 아니야. '얼어붙은 겨울'이 나오잖아. 달빛이 '차디차다'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또 번개처럼 지나갔다. '한겨울에 거센 파도'가 이어졌다. 노래는 천천히.. 2023. 12. 30.
'오줌과 편견' 고속버스는 출발하고 오줌은 마렵고. 비상일 때 이렇게 해 보았어요. -고속버스 속, 오줌은 싸서 말려? 6살 생일 아침. 경미 이모와 대전 큰 이모 댁에 갔다. 이모들은 서로 나를 데리고 다니려고 했다. 지금도 경미 이모는 내 어릴적 모습을 말한다. 다섯 살 때 코트를 입고 '궁둥이를 삐쪽빼쪽' 걸었다고. 대전서 하룻밤을 자고, 이모와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맨 뒷자리에 앉았다. 5분이 지났으려나. 오줌보가 탱탱해졌다. 참아보자. 창 밖을 본다. 멀리 보이는 집들은 엉금엉금 기었다.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뒤로 빠졌다. 걱정이다. 바지가 젖으면 어떡해? 어기적 어기적 걷는 모습. 아구구. "이모, 오줌" "참기 어려워?" 신음만 냈다. 눈가 근육을 꽉 조였다. 이모를 쳐다봤다. 휴게소는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이모는 앞자리 사람들에게 혹시 빈병 있냐고 물었다. 누군가 마시.. 2023. 12. 30.
'남행열차 잘못된 만남'에 숨겨진 비밀, 김수희 김건모는 알고 있겠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면 ♬" 신입사원. 노래방 내 순서가 되었다. 먼저 를 불렀다. 애절한 느낌이었다. 실수였다. 분위기를 박살 냈다. 마이크는 돌았다. 다시 끓어올랐다. 나는 계속 건전가요를 찾았다.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노래를 비켜가려 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조영남의 가 딱이었다. 그다음은 .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갯바위와 파도의 사랑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다. 비장의 카드는 . 풀잎 이슬 햇살로 변신하여 사랑하다가, 풀잎사랑으로 종결되니 마음에 들었다. "그대는 풀잎 나는 이슬, 그대는 이슬 나는 햇살, 사랑해 그대만을 우리는 풀잎사랑♬" '사랑해'. 최고음 절정이 왔다. .. 2023. 12. 30.
그녀를 사랑하면, 숨결과 싸놓은 똥까지도 사랑스럽다 -한혜진은 숨과 똥도 좋다 국민학교 1학년. 한혜진은 반에서 최고로 예뻤다. 그녀 가방도, 크레파스도 사랑스럽고 좋았다. "그 아이 짝은 얼마나 좋을까" "무슨 복이 있어서 쟤와 짝을 하고 있을까" "나는 왜, 쟤랑 떨어져 있는 거지?" 한혜진 얼굴과 옷에선 빛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단발머리는 찰랑거렸다. 뒷머리는 후라이팬처럼 납작했다. 아기 때 얌전히 누워 있었나 보다. 집에 와, 누웠다. 머리통은 혜진이 생각 범벅. 황홀한 여자. 학교 들어가기 전. 요정이 사는 줄 몰랐다. 혜진이가 숨을 내쉬겠지? 그 바람을 나도 받아 들이마셔지겠지? 으와. 그 아이가 숨 쉬는 이 우주. 한혜진이 똥을 싸놓아도 예쁠 거야. 상상 속 그녀의 똥. 냄새도 향기로와. 빛나고 좋은 똥이었다. -어른이 되고 싶다 빨리 어른.. 2023. 12. 30.
오이가 싫다면, 이렇게 오이 맛사지를 해 보세요. -용산청과물 시장 국민학교 3학년. 학교에서 집에 가는 방법은 2가지. 하나는 그냥 기역자를 아래부터 써 올리듯, 원효로를 타고 여의도 쪽 원효대교로 직진한 후 왼쪽으로 꺾어 가는 것이다. 이 경우는 왼쪽 회색의 핏기 없는 블록 담이 줄지어 있어 볼 게 없고 지루했다. 다른 경우는 용산청과물시장을 통과하는 방법이다. 시장을 구경하며 천천히 꾸불꾸불 가는 방법이다. 용산청과물시장은 1983년 10월 가락동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원효로에 자리하고 있었다. 용산청과물시장의 넓이는 3만 평이나 되었고, 11월 김장철엔 하루 2천 톤의 채소가 3백50여 대의 트럭에 실려 들어왔다. 겨우살이 준비 철로 분주한 시기. 담배를 이빨로 문 상인들은 트럭에서 쉴 새 없이 배추를 아래로 던졌고, 아우성 속에 떨어져 나간 잎.. 2023. 12. 30.
우울감은 태양과 관련이 있었다 -돈걱정 집에 돈이 없다. 국민학교 1학년. 집안 걱정을 했다. 돈 없다는 소식. 엄마 아빠의 대화 속에서 들려왔다. 1970년. 5살. 11월엔 전태일 분신사건이. 나는 몰랐다. 은행 직원인 아버지는 대출사고를 당했다.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어려운 살림이 되었다. 그 이후 2년이 흘렀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7살되었다. 1972년 8월 3일. '8·3 긴급경제조치'가 취해졌다. 연평균 46%에 달하는 기업 사채를 동결했다. 10월에는 시월유신(十月維新)으로 국회가 해산되었다. 대통령이 의장인 통일주체 국민회의도 만들어졌다. 소용돌이 속 세상. 우리 집은 돈 걱정 소리. -따라 울었다 1973년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국민학교 1학년. 그 해 10월엔 4차 중동전쟁과 1차 오일쇼크로 국민은 .. 2023. 12. 30.
'금연' 나는 이렇게 담배맛을 알았고, 그렇게 담배를 끊었다. -서부이촌동과 철도 국민학교 입학 전 7살. 우리 집은 서부이촌동 시민아파트 3층. 외할머니 댁은 옆 동 2층. 아파트 옆은 한강철교 북단. 한강철교 넘어가기 직전. 철로 옆. 대공초소. 군인 서너명이 한강철교를 지켰다. 매일 훈련을 했다. 대공포엔 포신이 여러개 달려 있었다. 훈련 때마다 대공포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2시 방향에 적기 출현, 시속 70마일로 쏴라" 시속 70마일로? 무슨 말일까? 적기 속도를 계산해서 미리 앞에 쏘라는 얘기인가? 한강철교엔 열차가 지났다. 열차는 가끔 철교에 섰다가 갔다. 형들은 '열차에서 사람이 한강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증기기차 증기기차도 다녔다. 1967년 8월 증기기관차 종운식이 있었는데. 그래도 증기기차는 가끔 모습을 보였다. 멀리서 피어오르.. 2023. 12. 30.
태현실에게 다가가 뽀뽀를 쪼옥했더니 -태현실 vs. 현실 구분 "땍띠야 밥 줘" TV 드라마 '여로'. 극 중 남편인 영구가 주로 하던 말이었다. '여로'는 10월 유신이 있던 72년에 방영되었다. 국민학교 입학 1년 전이었다. 여로의 시청률은 70%. 국민은 tv 앞에서 뜨거웠다. 드라마 방송시간엔 거리가 한산했다. 바보 남편 역은 장욱제. 혹독한 시어머니는 박주아. 아내와 며느리는 태현실. 아들 역할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송승환이 맡았다. 표독한 시어머니 역할의 박주아는, 가끔 봉변을 당했다. 드라마와 현실을 분간 못하는 시청자들에게서. 나도 마찬가지. 현실과 TV를 구분하지 못했다. TV 속 배우들이 보고 있다 생각했다. 나를 못 본 척하고 있는 거지? 나느 탤런트 태현실에 빠져들었다. 어느 날 브라운관에 쪼옥. 뽀뽀를 했다. 딱딱했.. 2023. 12. 30.
아버지가 결혼하던 날. 내겐 김치걸레 걱정이 가장 컸다. -배추김치. 아버지 결혼 전날, 들꽃뫼 고모 딸 윤이 누나는, 하얀 탁구공 몇 개를 가져왔다. 탁구장에 취직했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큰 밥상에 필통을 가운데 네트처럼 놓고, 공책으로 탁구공을 치면서 놀았다. 밥상에 부딪힌 탁구공은, 둔한 '탁' 소리를 냈다. 놀다 보니, 한 개는 짜부가 되었다. 아버지 사촌들은 좀 더 왔고,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었다. 다들 우리 식구와 같이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탄광촌 근처에 산다는 친척들도, 함께 앉았다. 평소와는 달리, 무덤처럼 수북한, 어른 밥공기가 올라왔다. 한 어린애가, 배추김치를 덥석, 손으로 집었다. "내가 해줄게" 하며 어떤 아주머니가 배추김치를 뺐었다. 이 번엔 그 아주머니가, 손으로 기다란 김치를, 반으로 쭈욱 찢었다... 2023. 12. 30.
살 많이 쪘지. 기집애 무슨. 딱 좋아 더 먹어. 하하 호호. 1. 글 쓰면 다야? "왜 카톡으로 글을 보내요. 그 친구들이 보내달라고 했어요?" "아니, 그냥 내가 쓴 글이니 읽어 보라고 한 건데" "그거 공해인 줄 몰라요?" "아냐,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2년 전. 카톡에 글을 써 지인들에게 배포하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빨간 색안경을 끼고 봤다. 사람들을 글로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공해라고 했다. 아내는, 정작 작가 자신은 글처럼 살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했다. 살아생전 소설가 이외수의 흔들리는 부부관계도 싫어했다. 이외수가 죽음을 넘나들자, 아내가 그 곁에 돌아왔다. 아내는, 이외수 아내가 돌아온 것은 '의리적 차원이고, 후회를 덜하려는 것'일 거라 했다. 글처럼 살지 못할 거면, 처음부터 글에 손도 대지 말라는 신호를 내게도 보냈다. 작가는 특별한.. 2023. 12. 30.
우리는 마음감옥에 갇혀 있다. 17년 지난 통 넓은 양복바지를 입고 다니던 그 사람. -정이 많은 사람 휘열 씨랑 회사 꼭대기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휘열 씨는 17년은 족히 지난 넓은 통 양복바지를 입고 다닌다. 그의 재킷은 낡아 속이 보일 듯하고, 축 늘어져 흐느적거린다. 친한 동료들이 몇 번씩 옷 한 벌 사라고 했지만, 웃기만 하고 그대로 다닌다. 그는 말도 조용히 한다. 강원도 구수한 억양에 온전한 문장으로 말한다. 누구를 공격적으로 비판하지도 않는다. 내가 날카롭게 말할 때도 그는 언제나 허허 한다. 그저 이해하려 한다. 걸음걸이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리드믹 하다. 식당 입구에서 그는 초계탕이 나오는 B코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앙해를 구하는 몸짓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동태탕의 A코스로 가니, 배식 후 중간에서 만나자'고 서둘러 말했다. 아직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아, 투.. 2023. 12. 3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