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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55

'자위행위'가 뭐예요? 여자 선생님께 물었더니. 한자실력으로 풀어보자. -처음엔 잘 나갔는데 ''의제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저요'' ''저요'' 애들은 서로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나를 지목했다. ''네가 말해 볼래?'' ''네, 의논할 일의 제목이요'' ''음, 맞았어'' 국민학교 3학년 ( 70년대엔 국민학교였다 ), 아침 자습시간에, 날일, 달월 등 칠판에 쓰인 한자를 그린 덕이었다. 잘 모르는 단어는 대부분 한자이니, 한 글자씩 뜻을 새겨 대강 뚜드려 맞추면 통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조금 까다로워졌다. 6학년 국사시간. 육의전의 전매특권등을 설명하기전, 담임 선생님이 질문했다. ''전매가 뭔지 아는 사람?'' ''저요, 아파트같은 걸, 사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바로 전달 매도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시 TV뉴스에서 주워들은 말을 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2023. 12. 30.
때리고 또 때렸다. 추파 던지는 아줌마, '말죽거리 잔혹사' -격변의 한 복판 79년 1979년 3월, 중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는 없고, 중학교만 달랑있는 학교였다. 79년은 한국 역사에서 최고 격변의 시기였다. 10월엔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의 파리 실종, 부마항쟁,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등으로 나라가 흔들거렸다. 뒤이어 12월엔 퉁퉁부은 얼굴의 최규하 대통령 취임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땐, 때리고 맞기 위해 학교라는 곳에 갔다. 첫날부터, 빼빼 마르고 이마에 점이 있지만 아담한 3학년 선도부 형이 우리 반 전체를 매질했다. 아침자습시간. 한 명씩 칠판에 손을 대고 허리를 숙였다. 선도부 형은 각목으로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하나" "둘" "셋" "넷" "다서엇" 맞을 때마다 숫자를 셌다. 나도 앞에 나가 칠판에 손을 댔다. 팔이 부르르 떨리.. 2023. 12. 30.
미팅을 주선했던 녀석은 철로에 누워 생을 마감했다 -용돈 좀 주세요 "아버지, 내일 미팅 가는데, 2천 원만 주세요." "뭐라고?" 고1 저녁 아버지에게 몇 마디 욕을 먹었다. 다음날 미팅은 가야 하니, 욕을 먹어가며 계속 아버지를 설득했다. "제가 숨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친구들하고 건전하게 여학교 학생들 만나는 거라고요. 비밀로 하지 않고 말씀드리는 거니, 돈 좀 주세요." 떼를 써서 결국 돈은 받아냈지만, 뒤통수는 뜨거웠다. 앞으로 이런 일들은 비밀로 진행해야지. 다음날 영등포 롯데리아에서 신광여고 4명과 우리 학교 4명이 만났다. (신광여고는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키가 좀 큰 듯한 여학생들이었는데, 미팅이 그렇듯 역시나였다.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일단 재미가 없었다. 이 자리는 우리 반 보이스카웃이었던 홍성명(가명)이 주선한 것이었다. 성명이.. 2023. 12. 30.
경의선 전철 개통 첫날, 머리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전철, 가방추락 사건. "아야~ 이거 뭐예요?" "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 전철 승객이 전철 선반에 가방을 올렸다. 가방은 그대로 앉아 있는 승객 얼굴로 쿵 떨어졌다. 선반이 없었다. 이 소동으로 앉아 있던 사람 안경이 조금 벗겨졌다. 얼굴이나 눈에 상처가 날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비슷한 가방 추락사건이 퇴근 시에도 또 일어났다. 2009년 7월 1일 경의선이 복선화되면서 기차에서 전철로 거듭난 첫날이었다. 이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경의선은 전철이 아닌 디젤열차가 끄는 철도였다. 상행선 하행선이 기찻길 한 줄로 다녀야 하는 단선이었다. 2009년 3월 나는 경의선(문산~서울)을 이용해 서울로 출근했다. 상행선과 하행선은 중간 역에서 서로 비켜 주면서 운행해야 해서, 배차 간.. 2023. 12. 30.
그냥 안내만 해 줄래? 네비게이션님 내게 명령하지 말고 말이야 -어떤 게 어떤 건가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나는 문자와 통화 위주의 피처폰을 사용했다. 2002년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내비게이션 초기 버전인 SKT 네이트 드라이브를 설치했다. 지도 표시는 없었고, 몇 미터 후 좌측, 우측 등 음성과 화살표로만 안내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지도책만 보고 다니다가 휴대폰으로 길 안내를 받으니 길을 몰라도 든든했고, 과속단속 카메라의 눈초리도 피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 민방위 교육장을 검색했다. 1번~4번까지 같은 이름으로 만 검색 결과가 표시되었다. 긴 명칭으로 표시 글자가 잘렸기 때문이었다. 몇 번을 선택해야 고양시에 있는 민방위 교육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 1번을 선택하고 따라가니 전혀 다른 서울로 가고 있었다. 네이트 드라이브 안내번호로 전화해 불편사항을 말했.. 2023. 12. 30.
팔도비빔시라고 알아? 처음 듣는다고? 변샤또와 홍진이 얘기야 변샤또와 홍진이는 '하데스' 지하 주점에 마주 앉았다. 탱~하고 울리는 잔에는, 보르도 1등급 와인 샤또 라투르( Chateau Latour )가 채워져 있었다. 짙은 보라색 향기가 났다. 서양의 감초라 불리는 리코리스의 은은한 계피향이 위에서 흔들렸다. 그리고 새끼 앵두 같은 레드커런트, 후추, 호두, 블랙베리, 가죽, 미네랄 등의 향기가 잔 속에서 춤을 췄다. 도통 무슨 향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조를 한 수 읊어 보게나" "떠오르는 장면이라도 있으신지요. 샤또" 이 세상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산들이 많다. 산이 아무리 높음을 자랑해도, 하늘에는 견줄 수 없지. 산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흐르는 저 강들. 그리고 산의 자태를 보아라. 변함이 없다. 오직 인간만 흘러 떠내려가니 말이다. 주름 잡힌 이마.. 2023. 12. 30.
칠순 잔치 - 어버이 노래? 스승의 노래? 십여 년 전 아버지 칠순. 여의도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래 결혼한 남동생, 여동생 가족, 우리 가족 이렇게 십여 명이 참석했다. 목사인 여동생 남편 매제(妹弟)가 설교를 했다. 칠순 축하의 말을 한 후, 성경 시편 90편 10절로 시작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수고와 슬픔 많은 인생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잘 분별하여, 가족 모두 복된 길로 가길 바란다고 마쳤다. 케이크 컷팅을 했다. 자녀와 손자 손.. 2023. 12. 30.
써니텐 흔들어 주세요? 그래서 흔들어 봤더니 사과 맛이 그대로 써니텐 귤맛이 그대로 써니텐 마셔봐요 써니텐 정말 좋아요 해태 써니텐 흔들어 주세요 "알았어" 흔들었다. 검은 교복에 금색 중(中)자가 달린 모자를 쓴 채로 몸을 흔들었다. 남한산성 수풀 속 잔가지들이 툭툭 부러졌다. 소풍 온 타학교 여중학생들이 볼 수 없는 응달에서, 한 손에 써니텐 병을 잡고 흔들었다. 좋아하는 사과맛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엉덩이와 팔을 흔들었다. 어깨는 팔이 나가는 방향으로 함께 돌아갔다. 낙엽을 밟으며 흔들었다. 얇은 나뭇가지에 검은 모자가 닿으면 모자가 옆으로 돌아갔다. 한쪽에는 하이타이 써니10 ( HAI TAI Sunny10 ) 반대쪽에는 해태 써니텐 '천연과즙 10%'라 적힌 문구가 눈앞에서 흔들렸다. 천연과즙이라~ 내추럴 주스라고. '과즙 10%.. 2023. 12. 30.
[문자피싱 대처법] 4- 네 이년? 또 문제가 생겼어? ■ 큰 딸 성미다 "엄마, 나 폰 먹통돼. 통화가 안 돼서 문자 확인하면 이 번호 카톡추가하고 톡줘" "응. 그래 기다려 봐" 그년이 폰 문자 메시지로 말을 걸었다. 폰 주소록에 '너는 누구니'로 등록하고, 카톡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예전만큼 반갑지는 않았다. 권태기다. 근데 이년은 금방 엄마에서 아빠로 바꿔 불렀다. 카톡 프로필, 내 이름을 확인했나 보다. 요물. "성미니?" 이 번에도 이름을 지어주어야지. 지금까지 만나봤던 내 삶의 여자들을 빠른 속도로 스캔. 그중 키도 좀 크고, 긴 머리에 약간 까만 피부지만 건강한 그녀가 떠올랐다. 대학교 교회에서 알게 된 성미 누나.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말했고, 말속에 어떠한 끈적임도 없었고 명쾌했다. 오른 눈 아래에 작은 점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미모를 밝힌.. 2023. 12. 30.
[문자피싱 대처법] 3-출생의 비밀 띵~동♪ 문자가 도착했다. 반가운 문자였다. 마음이 밝아졌다. 오른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빠 나 폰 액정 땜에 수리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고 있어 이 번호 저장하고 톡 추가해서 톡줘" 이 번엔 '폰 액정 수리'라고 좀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잠시 생각을 했다. 이 번엔 예쁜 이름을 지어줘야지. 내 딸이니까. 내 딸은 미인이니까. 얼굴도 마음도 천사 같은 채아~ 이름에 받침이 안 들어간다. 최아처럼 들린다. 최고로 아름다운 아이. "채아니?" "ㅇㅇ 아빠 계단에서 폰 떨어뜨렸어 ㅠㅠ 액정 땜에 AS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는 거야 수리비용은 얼마 안돼 걱정 마 아빠 지금 바뻐?" 채아는 좀 자세한 얘기를 했다. '계단, 떨어뜨렸다, 액정을 수리한다' 음... 채아는 조금 섬세한 성격이구나. 채아와는 속.. 2023. 12. 30.
[문자피싱 대처법] 2- 그녀를 딸로 만들고 사랑고백 해 본다 띵~동♪ 반가운 피싱 문자가 도착했다.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나 반말 싫어해. "아빠 폰 고장 나서 서비스 맡기고 인터넷 문자로 하고 있어 부탁할 것 있어 문자 줘" "폰 고장 났구나" 내가 답장을 보냈다. "엉 아빠 나 부탁 하나만 아빠 나 온라인 쿠폰 환불받아야 하는데 폰 때문에 인증을 못 받고 있어 아빠가 인증 좀 받아줄 수 있어?" 잠깐 생각을 했다. 딸로 할까 아들로 할까. 내겐 딸이 없으니, 이 기회에 숨겨놓은 딸 하나 만들자. 은미가 어떨까. "어떻게 하는지 몰라. 은미야" "아빠 민증사진 하고 신용카드 앞뒤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 내가 이쪽에서 한 번 해볼게. 아빠는 인증번호만 확인해 주면 돼" 기왕 딸을 만들 바에, 두 딸을 만들고 싶었다. 둘째는 은영이로 하자. 그럼 둘 중 누가 문자를 .. 2023. 12. 30.
[문자피싱 대처법] 1- 결국 젖먹이 아기와 대화한 거야? 문자가 왔다. "아빠 나 지금 핸드폰 고장 땜에 센터에 수리 맡기고 전에 만들엇던 문자나라 접속했어 통화는 안되니깐 문자로 하는 거야 지금 급하게 부탁이 있어서 그래 문자 보면 답장 줘~" ('만들엇던'이라고 문자를 보냄) 저녁을 먹는데 숨겨놓은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 녀석이 안 하던 짓을 하네. 꼭 자기가 필요할 때만 문자를 하는군. 그래도 어디야 나를 든든한 아빠로 생각하고 문자를 하다니. 나도 필요한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빠 신용카드하고 민증 앞뒤면 잘 보이게 사진 찍어서 보내줘 폰 수리하는데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보험처리 가능하대" "그래? 얼마 나온데?" 한 칠, 팔십만 원 나온다고 그러겠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15만" 뭐야 겨우 15만 원. 얘가 왜 이렇게 통이 작지.. 2023. 12. 30.
미루나무가 등장하고 '미류나무'가 사라진 이유<3> 북한 '도끼만행 후 도망' 사건과 관계가 있을까? 1. 미류나무와 도끼만행 사건 동요 흰구름(박목월 작사)에서, 가사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는 사라졌다. 흰구름 동요에서 '미류(美柳)나무'와 '도망(逃亡)'이란 말이 동시에 사라졌다. 왜 쌍으로 사라진 걸까? 70년대를 산 사람들은 '미류나무'하면, 자동으로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판문점에서 '미류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북한군이 살해하고 '도망'간 사건을 어찌 잊을까? [1] '미류나무 가지치기'로 시작한 도끼만행 사건은 북한군의 '도망'으로 종료되었다. 아래 KBS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 KBS뉴스, 2022.08.18- [1] 아래는 표준어가 미루나무로 규정된 이후의 2022년 KBS뉴스 기사임. -도끼만행 사건 시작 : 미류나무 가지치기 197.. 2023. 12. 30.
미루나무가 등장하고 '미류나무'가 사라진 이유<2> 음악책에도 실려 있었다 1. 교과서에 실린 미류나무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80년대와 90년대까지 계속 사용된 미류나무'라는 단어를 서울에서 들을 수 없다니. 왜 표준어 지역에서 듣지 못하게 되었다던, '미류(美柳)나무'가 90년대에도 살아 숨 쉬고 있었을까? 그건 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강제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억울해서 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표준어를 규정한 문교부'에서 만든 교과서에 미류나무는 당당히 살아있었다. 학생들은 그 음악교과서를 펼치고 '흰구름'을 불렀다. 아니 책이 없이도 흥얼거렸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하고 풍금에 맞춰 노래를 했다. 교과서에 잘 못이 있었던 것일까.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59년 ‘의무교육완성 6개년 계획’이 끝날 무렵 취학.. 2023. 12. 30.
미루나무가 등장하고 '미류나무'가 사라진 이유<1> 박목월도 국립국어원도 모른다 1. 동요 흰구름 "어려서 불렀던, 흰구름이란 노래 기억나세요?"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하하, 그 건 교회 여름성경학교 교가였어요." '흰구름'은 70년대 초등학교 3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박목월 작사 외국곡이다. 그런데 가사가 변했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바뀐 가사는 아래와 같다. 미류나무 → 미루나무,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 →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박목월 시인은 1978년 3월에 돌아가셨다. 시인이 스스로 가사를 바꿨을 리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래는 1976년 3학년 음악교과서. 가사를 살펴 보자. '도망..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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