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속, 오줌은 싸서 말려?
6살 생일 아침. 경미 이모와 대전 큰 이모 댁에 갔다. 이모들은 서로 나를 데리고 다니려고 했다. 지금도 경미 이모는 내 어릴적 모습을 말한다. 다섯 살 때 코트를 입고 '궁둥이를 삐쪽빼쪽' 걸었다고.
대전서 하룻밤을 자고, 이모와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맨 뒷자리에 앉았다. 5분이 지났으려나. 오줌보가 탱탱해졌다. 참아보자.
창 밖을 본다. 멀리 보이는 집들은 엉금엉금 기었다.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뒤로 빠졌다. 걱정이다. 바지가 젖으면 어떡해? 어기적 어기적 걷는 모습. 아구구.
"이모, 오줌"
"참기 어려워?"
신음만 냈다. 눈가 근육을 꽉 조였다. 이모를 쳐다봤다. 휴게소는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이모는 앞자리 사람들에게 혹시 빈병 있냐고 물었다. 누군가 마시다 남은 콜라 병을 건넸다.
카운트 다운. 삼, 이, 일, 반.
반에 반, 반에 반에... 으윽... 바... 안.
꽂았다. 성공. 발사.
안도의 한숨은 잠시. 콜라 거품이 병목을 타고 올랐다. 속도를 줄였다. 어린 인생. 고달팠다. 더 이상은 무리. 힘을 줬다. 중간에 꼭지를 잠갔다.
-' 오줌과 편견' , 여자로 태어난 게 좋아?
창밖 풍경은 약간 안정됐다. 숨도 쉬어졌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나머지를 처리했다. 밖에 나오니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가 보였다. 버스에는 앞뒤 발을 쭉 뻗어 달리는, 개 그림이 달려 있었다.
그날 이후로 고속버스는 피하려 했다. 기차를 타자고 했다. 오줌이 큰 숙제였다.
며칠이 지났다. 어쩌다 생긴 꼬마 양복을 입었다. 빨간 자동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 엄마와 보도를 걸었다. 또 오줌이 마려웠다.
"엄마 오줌 싸고 갈게"
사람들이 뜸한 사이. 가로수에 뜨거운 물을 뿌렸다. 시원했다. 다행이었다. 고속버스 속이 아니야. 남자는 서서 싸니 편해. 갑자기 오줌 마려워도, 사방이 화장실이니까. 여자는 불편해. 여자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지?
"엄마, 여자로 태어난 게 좋아? 난,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인데..."
여자였다면, 콜라병이 무슨 소용. 여자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 예쁘게 차려입고, 가로수 옆에 앉아 뭘 할 수 있어? 생각 안 해.
여자로 태어난 게 좋냐는 물음에, 엄마는 '아니'라고 했다. '음.역시 그랬어.' 그때부터 편견을 가졌다. 여자들은 여자로 태어난 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말은 안 해도, 남자들을 부러워할 거야. 나는 남자가 좋아.
다시 태어난다면, 다들 남자로 태어나려고 경쟁할 거야.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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