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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소방차 물줄기와 시체의 피 바다. 호텔 화재 현장. 사람들 바람에 날리듯 떨어지고, 헬기도

by 크루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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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절 새벽. 

 잠결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교회 새벽송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듣는 캐롤은 천사들의 소리처럼 아득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맡엔 '장다리 선물세트'가 있었다. 모형 우산이 꽂힌 빨간 장화 모양이었다. 속엔 과자가 들어 있었다.

  

 외할아버지댁에 놀러 갔다가 tv 뉴스를 봤다. 사람들이 연기 나는 고층 빌딩에서 떨어졌다.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이었다. 이날 추락사 38명에 총 166명이나 죽었다. 사람들이 떨어져 죽는 것을 처음 봤다. 

이 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동아일보 기사가 시간대 별로 현장을 중개한다.

 

< 동아일보 사건 보도 >

1. 불길을 피하려 창살을 버티다 길바닥과 호텔 테라스, 민가 지붕에 떨어져 죽었다. 길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2. 소방차가 내뿜는 물줄기와 시체의 피가 뒤섞여 피바다를 이루었다.

3. 유리창과 쇠조각들이 폭음을 내며 쏟아져 내렸다.

4. 투숙객들은 바람에 날리듯 땅에 떨어져 숨져갔다.

5. 호텔 주변에 모인 시민들은 사람들이 차례로 떨어질 때마다 울부짖었다.

6. 20대 여자는 20분 동안 8층 창살을 붙들고 있다가 지쳐 떨어져 피투성이가 돼 실려갔다.

7. 매트리스를 안고 뛰어 내리다 놓쳐 골목길 위로 추락해 참혹하게 숨졌다.

10. 고가 사다리차가 한 명을 구해내자 시민들은 '와아' 환호성을 질렀다.

11. "옥상으로 올라가라. 헬기가 구조한다"는 방송을 했다.

12. 헬리콥터가 내려준 밧줄을 잡고 가다 줄을 놓쳐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13. 각 층 창가에서 옷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헬기가 접근할 수 없었다.

 

※ 오늘날도 고층 화재 진압은 매우 어렵다. 

아래 동아일보 기사는 리얼하다. 맨 아래에는 유튜브 뉴스 동영상 링크도 있다.

 

동아일보 1971.12.25 기사
고층화마(高層火魔)에 성탄절도 타버렸다 
煉獄(연옥) 대연각 호텔
客室(객실)창살잡고"사람살려"
한길 · 이웃 지붕엔 추락 시체 즐비
유리 조각 우박처럼 쏟아져 접근 못해
사다리차 낮아 속수무책
2층서 23층까지 삽시에불길

 

대연각 호텔 화재현장은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의 연옥 속이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오전 10시경 2층 커피숍에서 발화, 20여분만에 호텔 전 건물이 불길에 싸이자 각층 창문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나오면서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손님들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창문 밖으로 나와 창살을 붙들고 버티다 불길에 못이겨 호텔 주변 보도와 지붕등에 떨어져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갔다. 

호텔 남쪽 퇴계로편 전문앞 보도에는 고층방에서 떨어진 투숙객들의 처참한 시체가 즐비하고 소방차가 내뿜는 물줄기가 이들 시체의 피와 섞여 호텔 앞길은 피바다를 이루었다.

 

현장

2층 코피숍에서 일어난 불은 삽시간에 2층 3층으로 무섭게 번져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호텔 동쪽 2, 3 층 객실은 불과 5분만에 불길에 휩싸이고 10시 40분경엔 마침내 맨위층인 23층까 지 시뻘겋게 타올라 호텔은 완전히 불길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불이나자 어젯밤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지새우고 늦잠에 빠졌던 숙박객들이 뜨거운 연기에 숨이 막혀 깨어났을 때는 불은 이미 객실을 휩싸 손님들은 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쳐나가다 차례차례 30여명이나 떨어져 숨졌다.

불은 2, 3, 4 층과 18층, 19층이 가장 심해 불타고 있는 유리창과 쇠조각들이 폭음을 내며 우박이 쏟아지듯 밑으로 흩어져내려 소방관들은 빌딩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으며 잠옷바람에 떨어져 숨진 손님들 위로 불덩어리 마저 마구 쏟아져내려 처참하기만 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불길이 2층에서 타올라가자 4층에 있던 여자 투숙객 4명이 호텔 정문 위에 벌려진 테라스에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모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10시 20분경부터 각층 호텔 창문에는 투숙객들이 몰리기 시작, 애타게 아래를 향해 구조의 손짓을 보내기도 했으나 23층의 너무 높은 건물이어서 고가 사다리가 불과 8층에도 미치지 못해 이들 투숙객들은 바람에 날리듯 차례로 땅위에 떨어져 숨져갔다.

 

고가 사다리차가 뒤늦게 도착, 사다리를 겨우 펴 불길 속에서 겨우 한 명의 투숙객 을 6층 창문에서 구조한것은 10시37분, 나머지는 길이가 닿지 않아 창문에 매달렸다가 불길에 쫓겨 근처 민가 지붕과 호텔 테라스 보도등에 떨어졌다.

호텔 주변 연도에 모인 수만의 시민들은 투숙객이 바람에 날리듯 떨어질 때마다 울부짖으며 안타까이 발을 굴렀다.

 

< 호텔 화재 주변에 모인 시민들 >

 

한편 호텔 남쪽 창문에서는 일부 투숙객들이 기지를 발휘, 침대 시트등을 모아 이를 이어 줄을 만들어 창문밖에 내려뜨린후 타고 내려 4명이 스스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손님들이 한참 떨어져 숨져갈때 8층 창문밖에는 20대 여자 투숙객 한 명이 불길을 피해 창문 밖으로 나와 창살을 붙들고 비교적 불길이 약한 창문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가 20여분 동안이나 견뎌냈으나 너무 지친 나머지 10시 20분경에 밑으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채 경찰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또 이날 11시경 동쪽 12층 창문에서 불길 속에 구조를 기다리던 안경낀 외국인 남자투숙객 한 명은 반시간 동안이나 창살에 매달려 있다가 불길이 창문을 휩싸자 매트리스를 안고 뛰어내리다 중간에서 매트리스를 놓치는 바람에 호텔과 민가 사이의 골목길 위에 떨어져 참혹한 모습으로 숨졌다.

연도에 모여선 수만의 시민들은 최초로 고가 사다리차가 투숙객 변oo군을 6층 창문에서 구출해 내자 "와아"하고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구조작업

이날소방차가 현장에 출두한 것은 10시 10분경인데 이 때 불길은 이미 2층 코피숍에서 바닥에 깐 주단등을 타고 3, 4층으로 번져 온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10시 40분경 고가 사다리차가 정문쪽 6층 창가에 설치돼 구조를 외치던 한 사람이 이 사다리차에 매달려 나와 구조됐고 불길이 늦게 번진 호텔 동쪽엔 3, 4명이 시트를 찢어 이어 로프를 만들어 기적적으로 뛰어내려왔다.

11시경 호텔 뒷부분에서 8명이 고가 사다리차에 매달려 기적적으로 내려와 구조되자 보고있던 사람들은 구조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성을 올렸다. 11시 5분 4대의 헬리콥터가 동원, 마이크차들이 호텔건물에 대고 "옥상으로올라가라. 헬기가 구조한다"는 말을 연거푸 외치는가운데 본격적인 공중구조가 시작됐다.

11시 10분경 옥상에 올라있던 2명의 남자가 헬기에서 내려준 밧줄을 붙잡고 KAL빌딩 옥상에 내려져 구조된것을 비롯 11시 40분경까지 모두 8명이 이같은 방법으로 구출됐는데 그중 11시 36분경 호텔 14층 동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고 밧줄이 내려질 것을 기다리다 연기를 무릅쓰고 헬리콥터가 내려준 밧줄을 간신히 붙잡았던 남자 한 명은 헬리콥터가 건물에서 떨어져나가 KAL빌딩으로 향하다 줄에서 손을놓쳐 그대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편 이날 낮 1시반까지도 각 층에서는 투숙객 몇몇이 창가에 매달려 옷을 벗어 흔들며 구조를 애원하고 있으나 출동한 헬리콥터로부터 로프를 창문까지 접근시키지 못해 헬리콥터에 의한 구조도 곤란에 부닥치고있다.

 

문제점

참혹한 죽음이 수없이 강요된 대연각호텔 화재사건은 소방장비의 부족과 이에 대한 사용미숙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날 화재가 일어나자 서울시경 산하 고가 사다리차 2대가 현장에 출동, 구조작업을 폈으나 사다리 높이가 낮아 겨우 6층 정도밖에 쓰여지지 않았고 그 나마 댓수도 적어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생략>

<동아일보 1971.12.25>

 

<조선일보 1971.12.25 >

 

< 참고 자료 - 유튜브 대한뉴스 >

대한뉴스 제 860호-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200여명의 인명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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