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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고교생 아들이 과도로 살해. 숨진 사람은 잠자던 아버지.

by 크루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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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박성호(가명)는 안방에서 잠든 아버지를 과도로 찔러 살해했다.

 

 

왜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을까?

 

성호 군이 아버지에 대해 털어놓은 말들에서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화풀이 상대로 알았습니다. 기분이 나쁠 때면 마구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술만 마시면 밤새도록 잠을 못 자게 들볶았습니다."

"친구들이 아버지 자랑을 할 때면 저는 아버지가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성호 군의 어머니는 남편의 술주정에 못 이겨 8년 전 성호 군과 딸을 남겨 놓고 이혼했다. 아버지 박현동(가명) 씨는 재혼하여 두 딸을 얻었지만, 두 번째 부인도 젖먹이를 남겨놓고 가출해 버렸다. 살해 당시에는 27세인 셋째 부인과 살고 있었다.

 

박현동 씨는 날로 난폭해졌다. 자신의 불행이 마치 아이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때리고 학대했다. 술에 취해 때리는 매에 못 이겨 어린애들은 울부짖었다. 이웃들도 울음소리 때문에 여러 차례 잠 못 자고 시달렸다.

 

사건이 나기 2일 전 박성호 군은 친어머니의 동생인 자기 외삼촌 결혼식장에 갔다. 학교를 빠지고 식장에 간 것이다. 일찍 귀가한 아들 박성호 군을 아버지는 마구 때렸다. 실신할 정도로 때렸다. 박 군은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1975년 6월 8일 일요일. 박성호는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불쌍한 동생들도 떠올랐다. 마침내 아버지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성격까지 비뚤어지게 하는 알코올중독과 자식을 인격으로 생각지 않는 사람이 불러온 비극이다. 

 

경향신문 197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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