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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자동녹음기 발명'이 조용기 목사 설교 때문이었다니

by 크루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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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대회라니

 교회 설교대회.

설교 원고를 어떻게 작성하지? 괜히 설교대회 나간다고 해 가지고. 아효.

 

 

 그래. 집에 조용기 목사 5분 설교집 <오늘의 만나>가 있지. 몇 편을 짜깁기 했다. 익숙한 내용이었다. 매일 방송으로 들었으니까. 

 

 조 목사 설교는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성공하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건전하고 쉽잖아. 자신 있었다. 그 책을 뒤적였다. 하룻밤 머리를 쥐어뜯으면 위대한 창작물이 나오겠지. 아니었다. 쥐어뜯을 머리가 없었다. 이부 깍까 머리였기 때문이다.

 

-에이 세상이란

  그래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

 

  "눈에는 아무 증거 안 보이고 

  귀에는 아무 소리 안 들리며

   손에 잡히는 것 없고

  내 앞길 칠흑같이 어두울지라도"

 

 이 건 조목사의 상투적인 표현이다. 내 설교문에서 제외했다. 새로운 문장을 찾아보자. 아휴. 어렵네.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봄의 법칙을 따라 성공을 마음 속에 그림처럼 심상화하고, 하나님에게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하라는 내용이었다. 오늘날의 시크릿 류였다. 

 

  교회 담임 선생님에게 완성한 원고를 보여 드렸다. 외우기 돌입. 청중 얼굴을 상상하며 반복 연습했다. 조목사의 제스처도 넣었다. 강조하는 부분에서 손을 위로 들었다가 내리쳤다. 이건 빌리그래함 목사의 제스처에서 따온 것 같았다. 당연히 내가 1등이지. 자신감 뿜뿜.

 

 설교대회 당일날 장의자에 앉았다. 4전5기의 홍수환처럼 기세등등. 단 위에 섰다. 거침없었다. 원고는 왜 봐? 그냥 설교를 쏴 붙였다. 따다다다 소리를 내질렀다.

 

   앉아있는 선생님 얼굴도 보였다. 여유로웠다. 시상식에서 1등 상장만 받으면 되네. 야호. 역시. 어리바리 다른 애들 설교.

 

 전도사님이 점수를 발표하면서 2등을 호명했다. 이 게 뭐? 내 이름이 불렸다. 이런 퉤퉤.

 

 s장로님 아들이 1등, 나는 2등. 이런 더러운 세상. 이런 우라질. 아더메치유.

 

-조용기 목사 설교에 익숙하게 된 까닭

  1978년 6학년 때 아버지는 특명을 내렸다. 일요일 저녁 7시 조용기 목사 라디오 설교를 녹음하라고. 일요일 저녁 6시 50분부터, 40분간 녹음기 앞에 대기해야 했다. 30분 후에 테이프를 돌려 끼워야 하니까.

 일요일 저녁 자유가 사라졌다. 대신 조용기 목사 설교가 귀에 박혔다.

 

  설교 방송 전. 라디오 다이얼을 맞춘다. 7시가 되면 빨간 녹음 단추 재생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 30분 후 테이프 A면이 끝난다. 잽싸게 B면으로 돌려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하고 나야 내 시간이다.

 

  소중한 주말 저녁옭아매는 올무 어떻게 끊어야 하나? 시간 되면 자동 작동하는 녹음기는 왜 없는 거야. 자명종과 녹음기를 합체하면 되잖아. 왜 이런 녹음기는 없지? 

 

  목마른 넘이 우물을 파야지. 알았어. 탁상시계와 라디오 녹음기를 분해해 봐야지.

 

-분해해 보자

 내 별명이 뭐야? '사고 부장'. 뭐든 분해했으니까. 작살냈으니까. 재 조립하려면 일단 뽀개야 하니까.

  녹음기를 분해해서 전원공급 전선을 찾아 끊었다.

 

 이어서 탁상 자명종 시계를 뜯었다. 어떻게 작동하는거야? 알람시각을 맞춰 놓으면 어떻게 되나 살폈다. 정한 시각이 된다. 알람용 태엽이 풀리기 시작한다. 쇠망치가 종 2개를 연타한다.

 

 

  내부는 어떻게 작동하지? 알람 시간에 도달한다. 쇠망치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던 쇠막대가 아래로 쑥하고 내려간다. 자유를 얻은 쇠망치는 종을 열심히 때린다. 따르르르릉. 알람 태엽이 다 풀리면 멈춘다.

 

  알았어. 알람 시간이 되면 쇠막대가 하강한다. 

 

 녹음기 전원공급 전선 한 쪽을 쇠막대기에 연결했다. 쇠막대기가 쑥 내려올 때, 끊어진 다른 쪽 전원공급선에 닿도록 했다. 전기가 통하면 녹음기가 돌아가겠지.

 

-바로 이 맛 아닙니꺼

  다 됐다.

  테스트를 해야지. 라디오 스위치를 올렸다. 녹음 버튼과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녹음기는 전원공급선이 끊어져 있어 잠잠했다. 자명종 시계를 5분 후로 맞춰놓았다. 기다렸다. 과연 동작할까?

 

  이제 남은 것은 뭐?

  그래 기도.

  툭.

  방해 쇠막대 떨어지는 소리. 라디오 소리가 나면서 녹음테이프가 삐걱삐걱. 잘 돌아간다.

  예스.

 1시간이 넘도록 전기가 통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영어로 땡큐.

 

  매주 일요일. 놀러 나가기 전. 미리 자명종 태엽을 감는다. 알람을 7시에 맞춘다. 스매트 테이프를 끼운다. 녹음 버튼과 재생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 120분짜리 녹음테이프이니 30분 후 돌려 끼울 필요도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팔 수 밖에. 

 

 이후로도 한 동안, 타이머가 달려 자동으로 켜지는 녹음기는 나오지 않았다.

 특허를 냈어야 하나?

 

 다 지나간 일일 뿐이네요. 

 

<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

https://youtu.be/7ds0-I2yB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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