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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새벽송' 천사의 목소리, 산타 클로스의 선물

by 크루드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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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선물

  "와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총을 선물로 놓고 갔어"

  5살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가 장난감 총을 선물로 놓고 갔다.

 

 

  총 윗부분은 나무 재질이었고 빨간 칠이 돼 있었다. 손잡이를 뒤로 당겨 발사준비를 하고, 총구에 총알 대신 몽당연필을 넣어 쏘았다. 못 쓰는 종이 몇 장을 겹쳐서 몇 장이나 뚫리는지 실험도 했다.

 

  어려서 남자아이에 가장 큰 선물로 총만한 것이 있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어린 남자애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살을 더 먹어, 71년이 됐다. 크리스마스는 또 왔다.

 

  나는 꿈에 부풀었다. 잠자고 나면, 작년 크리스마스보다 더 좋은 총 선물이 있겠지. 스프링 성능이 더 좋은 총을 쏘며 노는 나를 상상하며 누웠다.

 

  이 번엔 자지 말아야지. 하얀 테두리의 빨간 모자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봐야지. 자는 척만 하고 정신 차려야지. 가물.

 

-잠결에 듣는 새벽송

  아차, 새벽 노랫소리에 잠을 깼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하늘의 소리처럼 신비하게 들렸다.

 

  잠결에 듣는 고요한 밤 노래. 아련했다. 아득아득하게 들리는 노래는 천사의 소리 같았다. 저 멀리서 보이지 않게 다가오다가 점점 또렷해지는 신비한 노래였다.

 

  엄마는 문을 열고, 새벽송 온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해 주었다. 잠에서 깬 나는 머리맡을 확인했다. 역시나 선물이. 벌써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간 거네. 이 번에도 또 놓쳤구나. 선물은 밝은 아침에 풀어보기로 하고 다시 잤다.

 

   빨간 장화 모양의 '장다리 선물세트'였다. 우산 같은 손잡이가 있고, 속엔 과자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이게 아닌데. 이거 선물이 바뀐 것 같아요. 산타할아버지를 어디서 찾나.

 

  나는 붉으락푸르락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뭘 선물 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산타할아버지에게 내 뜻을 전하지? 엄마에게 말하면 되나? 엄마, 아빠가 혹시 산타할아버지는 아닐까 했지만 증거가 없으니.

 

-나도 새벽송을 돌았다

 중3. 크리스마스 이브. 이 번엔 내가 새벽송을 돌았다. 

 

  겨울 새벽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껴입었어도 얼굴과 목, 손과 발은 시렸다. 장갑 낀 손끝은 통증을 느꼈고, 습기 찬 발은 피가 잘 돌지 않았다.

 

 학교가 너무 추워서 발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으니 발이 제일 신경 쓰였다.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했다. 발가락에 살얼음이 끼면 안 되잖아.

 

  새벽송 대열은 현재의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배가 차가워서였을까, 저녁 먹은 것이 어떻게 됐는지, 아랫배 아픈 것이 심해졌다. 우리가 가는 길 오른쪽에선 검은 도림천이 흐르고 있었다.

 

  일행을 먼저 보낸 후, 경사진 아래로 내려가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풀었다. 하늘에 급전을 쳤다.

 

  "하나님. 조금만요. 조금만요. 안돼요."

  "잠시만요."

  "이 세상을 다 드릴 테니. 배도 너무 아파요."

 

  허리띠를 끄르는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체중을 번갈아 실으면서 몸을 기우뚱기우뚱. 아악..

 

-오늘날의 새벽송

  겨우 타이밍을 맞췄다. 눈에선 눈물이 나왔다. 휴지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다음 집은 반 집사님 댁 오래된 아파트였다.

  저들 밖에 한 밤 중에...

  노오엘 노오엘 ♬

 

 화음도 넣었다. 잠결에 천사들의 노래로 듣는 사람들이 있겠지. 잠 자는 꼬마의 귀에 신비한 노래를 들려줘야지.

 

  중간에 반 집사님이 포장된 선물을 들고 나와, 같이 노래를 불렀다. 과자 선물세트였다. 이렇게 여러 집을 돌다 보니, 각자 선물을 한 두개씩 들게 되었다. 교회에 돌아와선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그 선물 과자를 먹었다.

 

  이로써 새벽송의 앞뒤 과정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새벽송 팀에 엄마가 준 선물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요즘엔 크리스마스 새벽송을 듣기가 힘들다. 

 자면서 들었던 천사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가끔 있다. 

 

< 참고자료 >

"새벽송 통해 성탄의 기쁨 이웃과 함께 나눠요", CBS 노컷뉴스,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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