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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국민학교 압사사고 '와르르' 계단서 5명 사망, 아침조회 뒤에서 밀었다.

by 크루드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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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80년 2월12일>
국민교 계단에 도사린 사신(死神)
개학 첫 날에 참사 많다.
조회에 앞다퉈 나가다 '와르르'넘어져
5명 압사 18명중경상
폭 1.9m 좁은 계단에 천여명 몰려

월요-아침조회-이미지
월요 아침조회 이미지

-월요일 아침 조회

76년도 국민학교 4학년.

선생님은 반장선거 없이 나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 '7반, 앞으로 나란히.' '바로.' 인상도 써야 했다. 가슴이 조였다.

 

비가 오면, 조회는 취소됐다.

 

이런 날은 많지 않았다. 비가 보슬보슬. 오락가락. 월요일. 다른 반은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나가고. 나는 우리 반 애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비가 왕창 쏟아지게 해 달라고 빌고 있었다. 비는 안 올거야. 운동장에 나가면 뭐해. 곧 비가 내리고, 도로 교실로 직행하라고 하겠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비 맞잖아. 수 천명이 비를 맞을 거잖아. 철제 발판에 신발 흙을 탕탕 털겠지. 하얗 누런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고. 아휴. 귀찮아.

 

비 맞는 거 싫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갈색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4학년 7반. 조회 나오세요"

아~ 'O' 됐다~ ( 기역니은 순으로 꽝? 똥? 뽕? 뿅? 슛? 엿? ... )

 

-손 내밀어

운동장 조회 후 교탁으로 불려 나갔다.

"반장이 뭐하는 놈이야~엉?"

애들 앞에서 자로 손바닥을 10대 맞았다.

맞을 땐 손바닥에서 열이 났지만 맞고 나면 참을만했다. 지나간 고통은 으레 그렇다.

나를 반장으로 뽑은 그 선생님이. 나를 인정하는 그 선생님이. 혼내다니.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 때 마음이 이런 건가. 혼날짓을 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경림이 앞에서 맞는 것도 창피하고.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내 눈은 땅이나 먼 곳을 향해 돌아갔다.

 

-아침조회 참사

4년이 흐른 1980년 2월 11일. 월요일.

부산 용호 국민학교 아침조회. 개학 첫 날. 부산 아침 최저 -2도 최고 6도로 쌀쌀했다.

앞다퉈 조회에 나가던 학생 5명이 압사했다. 18명은 중경상. 1.9m 좁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일어난 일이었다. '빨리 내려가자'는 고함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밀었다. 인공호흡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살아남아 병원에 실려간 학생은 '산소호스로 얼굴을 가린채 가냘프게 몸을 떨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생각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끝>

<조선일보 1980년 2월12일>
국민교 계단에 도사린 사신
개학첫발에 참사 많다.
조회에 앞다퉈 나가다 '와르르'넘어져
5명 압사 18명중경상
폭 1.9m 좁은 계단에 천여명 몰려

【부산(釜山)】국민학교 개학날인 11일 오전 9시10분쯤 부산 시남구 용호동 용호국민학교에서 조례에 참석하려 계단을 내려가던 학생들이 넘어져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는 조례 종소리를 듣고 남관 4층 20개 교실에 수용된 1천6백여명 중, 2-3-4층에 수용된 1천여명의 학생들이 폭 1.9m의 좁은 계단을 통해 몰려나오다 2층과 1층사이의 30도 경사진 15간의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학생이 넘어지고 그 위를 뒤따르던 학생들이 덮처 일어났다.

 

1층계단 중간쯤에서 학생들에 깔렸다가 경상을 입은4학년2반 박재훈군(11)에 따르면 평소 월요일 아침 조례가 9시20분에 시작돼 조례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날은 9시10분쯤 갑자기 벨이 울려 '아침 조례다'하면서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박(朴)군은 4층에서 1층까지 가파른 좁은 계단을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서 앞다투어 내려가다 1층 계단 중간쯤 내려왔을 때 뒤에서 '빨리 내려가자'는 고함 소리와 함께 미는 것을 느끼는 순간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생략) 남관1층 주번 김수봉군으로부터 사고소식을 들은 교사들은 교직원회의를 중단하고 본관에서 운동장을 건너 남관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계단은 피가 흐르고 신발이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중상을 입고 쓰러져 몸부림치는 어린이들의 비명소리만가득했다.

 

교사들은 20여명의 학생들을 운동장에 업어다 눕혀놓고 인공호흡을 한다음 소생한 학생은 업고 병원으로 옮겼다.

(생략) 이날 숨진 김oo양(11)의 어머니 이oo씨(40)는 병원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했고,전oo양(11)의 어머니 김oo(33)는 딸의 책가방을 움켜쥔 채 남편의 손을잡고 통곡했다.

 

급우들의 발길에 밟힌채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마oo군(9)은 병원측의 산소호스로 얼굴을 가린채 가냘프게 몸을 떨고 있고, 뒤늦게 방송을 듣고 병상옆에 달려온 어머니 박oo씨(37)는 담임선생의 손을 움켜쥐고 발버둥쳤다. (이하 생략)

국민학교-계단에-도사린-사신-조선일보기사-이미지
조선일보 1980.2.12 기사

※ 원글은 헤드라잇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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