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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

여객기가 수직으로 곤두박질했다

by 크루드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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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객기가 곤두박질하고

 하늘은, 회색 빨간색 회오리로 휘감겼다. 태풍 같았다. 구름은 똬리를 쳤다. 맹렬했다. 고요한 태풍의 눈 속. 불길하다.

 

 

 시뻘건 불덩이가 휙휙. 뜨거운 화염이 달려들었다. 불 아가리로 삼키려 했다. 뛰기 시작했다. 소리지르며 날아가던 하얀색 여객기. 수직으로 몸체를 세워 밀려나갔다. 그리곤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투석기에서 발사된 듯 맹렬한 불덩이들. 땅에 쿵쿵 폭발한다. 불바다 지옥이다. 아파트 건물이 불덩이에 얻어맞았다. 기우뚱 휘청거렸다.

 

 유황 냄새가 코를 쑤셨다. 플라스틱이 직직 녹아내렸다. 진득한 검은 액체가 뚝뚝. 여기저기서 지글지글 타들어갔다. 독기를 품은 가스가 살기를 품고 뛰쳐나왔다.

 

 언덕 아래로 뛰어내렸다. 불덩이 타격을 피해야 했다. 친구들과 함께 뛰었다.

 

 건물로 뛰어들었다. 창문에서 떨어져 반대편으로 달렸다. 텅빈 건물 속에서도 이리저리 계속 뛰었다.

 

◎ 놈들을 피해 뛰었다

 창 밖에 드론이 떠올랐다. 건물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연두색 팔 달린 드론들이 둥실. 공중에 정지했다.

 

"드론이야 조심해" 소리쳤다.

 

 누군가 핸드폰을 터치한다. 손가락을 화면에 댈 때마다 드론들이 요동쳤다. 창문에 부딪혀 몇 대가 떨어졌다.

 

 이 사이, 나는 문을 박찼다. 빠져나갔다. 뛰었다. 저 앞엔 빨간 옷을 입은 대여섯 놈들. 이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철기를 들었다. 외계인이다.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내달렸다.

 

 왼쪽 건물 작은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문을 닫고 숨을 죽였다. 눈높이엔 작은 창문이. 가로 30센티 크기의 창. 뚫려 있었다. 발각되기 십상이다. 걱정이었다.

 

◎ 찢어지는 통증

 조금 후 초등학생 여러 명이 숨기 위해 들이닥쳤다. 공간이 꽉 차 버렸다. 애들 소리에 불안하다. 소리쳤다.

 

 "그만 들여보내."

 

 숨었던 공간이 갑자기 앞뒤로 기우뚱기우뚱. 발각되었다. 놈들은 기계팔로 더욱 세게 흔들어댔다. 뛰쳐나갔다.

 

 또 달렸다. 꿈이라면 발이 땅에 딱 달라붙었을 텐데. 잘 달렸다. 덜 무서웠다. 아니 공포를 느낄 새가 없었다. 신경은 달아나는 데만 집중했다.

 

 배가 아프다.

 

 깨어 폰을 보니 밤 12시 55분.

 

 "꿈인 줄 알아차렸으면, 그냥 깨어날 수도 있었는데. 이 번엔 잘 몰랐네"

 

 배 스트레칭을 안 하고 자면 늘 그랬다. 배가 아팠다. 평소, 혈액순환 장애로 새벽 복통이 있었는데. 주먹으로 배를 퉁퉁 두드렸다. 스핑크스 자세도 했다. 왼쪽으로 돌아 누워, 오른쪽 배를 쾅쾅 쳐댔다.

 

 "이젠 안 아플 거야. 이제 잠을 자 보자."

 

 검은 안대를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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