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목소리를 들은 오소
"내가 너를 사랑한다"
오소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사랑한다는 신의 소리를 두 번 이상 들었다고. 오소는 '오! 소귀에 경을 읽지'란 별명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자신의 경험이니. 그러나 확인은 해 봐야지.
"그 목소리 남자 목소리였어? 여자 목소리였어?"
남자 목소리라고 하겠지. 교회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니까. 오소는 뜸을 들였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다그쳤다.
"남자 목소리"
"그 목소리 저음이었어? 고음이었어?"
"으. 음. 저음"
"그 목소리. 귀로 들었어? 마음속에 들려왔어?"
"응? 어. 귀로 들었지. 아니. 마음으로 가슴으로 울려왔어. 화악"
오소의 버릇이 나왔다. 말 뒤집기. 너무 강한 앞 말 중화시키기. 귀로 들었다는 거야 마음에 울렸다는 거야. 알 수가 없었다. 더는 묻지 않았다. 오소는 질문해야 비로소 디테일을 생각한다.
-한 시간 넘게 자기 얘기를 한다
전화를 걸면 오소는 혼자 1시간 넘게 떠든다. 거의 사업구상을 말한다. 자주 흥분된 목소리다. 비밀을 발견한 기쁨에 말에 힘이 들어있다.
"야. 김밥 만들었다. 먹어 보니, 죽여준다. 참 쉽다"
"그래?"
"응. 말레이시아에서 김밥 사업할 거야. 한류 열풍이거든."
"그래? 레시피는 갖춰진 거야?"
"야. 그딴 게 뭐가 필요해. 메뉴는 무궁무진해 참치. 치킨. 김치."
오소는 붕 떠있다. 벌써 수십억 원을 번 상상을 한다.
"그래? 단무지, 김치 등 재료는 어떻게 할 거야?"
"뭐?"
"김은 어디서 가져와?"
"응, 그. 그 건... 한국에서 수입해야지. 잘 될 거야"
"그래 그러길 바라지만, 나부터 설득시켜 봐"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조건 칭찬해 주지 않는 나를 섭섭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김밥 프랜차이즈 할 거야. 전 세계를 상대로"
나는 숨을 깊이 쉬었다.
"근데, 너랑 통화하면 사업구상이 구체적이 돼. 나랑 사업 같이 하자"
"아휴"
- 오소의 특이한 종교체험
오소의 종교체험은 여러번 있었다. 신촌 거리를 걸을 때였다. 신비한 수증기가 가슴속으로 훅 들어왔다고 했다. 그날 이후 15일간 기쁨에 휩싸였다 황홀경에 빠졌다. 모든 사물이 아름다워 보였다.
오소는 이런 경험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 증거라고 했다. 성경은 글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듣고 있던 나는 또 질문한다.
"오소야, 네가 만약 인도 힌두교에 다니다 그런 체험을 했다면, 어떤 신을 만났다고 했을까?"
"그거야 뭐"
"시바신? 인드라 신? 크리슈나 신? 뭐였을까?"
"야. 그딴 소리하지 마. 넌 그게 문제야"
나도 젊어선 물불 안 가리는 신앙을 추구했다. 지금은 중립. 학문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오소는 내게 도를 전한다. 십자가의 도를 전한다.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맙기도 하지만, 나는 질문을 한다.
내가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오소는 당황한다. 이리저리 변명을 한다. 그러다 자기 말에 뭔가 깨달았다며 다른 예를 든다. 그럼 꼬리를 문 질문을 한다. 나이 먹고서 이게 뭐야.
내가 질문하는 이유는 한 가지.
명확히 알아야 아는 것이니까
내 질문에 오소는 생각을 한다.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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