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과서에 실린 미류나무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80년대와 90년대까지 계속 사용된 미류나무'라는 단어를 서울에서 들을 수 없다니.
왜 표준어 지역에서 듣지 못하게 되었다던, '미류(美柳)나무'가 90년대에도 살아 숨 쉬고 있었을까? 그건 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강제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억울해서 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표준어를 규정한 문교부'에서 만든 교과서에 미류나무는 당당히 살아있었다. 학생들은 그 음악교과서를 펼치고 '흰구름'을 불렀다. 아니 책이 없이도 흥얼거렸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하고 풍금에 맞춰 노래를 했다. 교과서에 잘 못이 있었던 것일까.
국가기록원 <의무교육>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59년 ‘의무교육완성 6개년 계획’이 끝날 무렵 취학률 96.4%로 완전취학 수준에 도달했다. [7] 70-80년대 초등학교를 다니며 흰구름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은, 누구나 '미류나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표준어를 미루나무로 바꾸었을까?
■ 국립국어원 - 상담사례 모음 [8]
등록일 2020. 1. 16. 조회수 630
[질문] '미루나무'와 '미류나무' 중 어느 것이 표준어인가요?
[답변] '미루나무'가 표준어입니다. 표준어규정 제10항에 따르면, 일부 단어는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데, '미루나무'는 '미류나무(美柳--)'의 모음이 단순화되어 더 널리 쓰이게 됨으로써 표준어가 되었습니다.
미루나무가 오히려 생소한 나같은 사람들은 오늘도 국립국어원에 묻는다. 뭐가 표준어인가? 왜 표준어인가? 그리고 한 가지 더. 누가 표준어를 정하는가?
2. 미루나무, 미류나무 모두 표준어가 될 수 없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누가 규정해 주는 것이 맞는가? 강요를 당하는 느낌이 든다.
잠시 생각해 본다. 규정을 안 해주면, 언어에 혼란이 올까. 발음이 어려우니, 쉽게 하라고 이중모음을 없애 주는가. 이중모음 'ㅠ'의 발음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2음절의 '류' 발음이 정말 어려운가. '류' 발음이 어려워 '루'로 발음하는 서울시민이 있으면, 그들을 위해 친절하게 글자를 '루'로 바꿔야 할까?
미류나무처럼 2음절에 이중모음 '류'가 들어간 단어를 떠올려 본다. 아래 괄호( ) 안에 들어간 말들처럼 모두 단모음 '루'로 바꿔 쉽게 불러 볼까.
기류(기루) / 난류(난루) / 서류(서루) / 아류(아루) / 일류(일루) / 오류(오루) / 조류(조루) / 구류(구루) / 하류(하루)
이럴리가 없겠지만, 괄호( ) 안의 편한 글자로 변한 세상을 상상하고, 아래 글을 한 번 읽어 본다. 이런 미래가 올 수도 있으니 대비해야지.
"어떤 군인이 한강 하류(하루)에서, 조류(조루)를 거슬러 배를 타고 와 오류동(오루동) 한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미류나무(미루나무) 액자가 걸린 방에 침입해, 극비 서류(서루)를 훔쳐 뛰쳐나왔다. 그는 그곳에 수류탄(수루탄)을 까 넣고 방을 폭파시켜 증거를 인멸했다."
혹시 '미류나무'를 살려내 표준어로 부활시킬 방법은 없을까?
헛된 꿈을 꿔 본다.
ps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
이랬던 가사가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라니
이 건 또 왜 이렇지?
다음에는 '미류나무'와 '도망'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밝혀 보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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