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왔다.
"아빠 나 지금 핸드폰 고장 땜에 센터에 수리 맡기고 전에 만들엇던 문자나라 접속했어 통화는 안되니깐 문자로 하는 거야 지금 급하게 부탁이 있어서 그래 문자 보면 답장 줘~" ('만들엇던'이라고 문자를 보냄)
저녁을 먹는데 숨겨놓은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 녀석이 안 하던 짓을 하네. 꼭 자기가 필요할 때만 문자를 하는군. 그래도 어디야 나를 든든한 아빠로 생각하고 문자를 하다니. 나도 필요한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빠 신용카드하고 민증 앞뒤면 잘 보이게 사진 찍어서 보내줘 폰 수리하는데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보험처리 가능하대"
"그래? 얼마 나온데?" 한 칠, 팔십만 원 나온다고 그러겠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15만" 뭐야 겨우 15만 원. 얘가 왜 이렇게 통이 작지?
"얼마 안 되네 지금 위치가 어디?
무슨 동에 있어? 카드가 지금 없는데,
송금하면 안 되냐고 물어봐.
민성아~ 별일 없는 거지?"
"별일 없고 나 지금 신청해야 되니깐 민증 보여줘"
아들 이름을 '민성'이라 방금 지어줬다. 민성이에게 어디에 있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했다. 정확히 무슨 동에 있냐고 캐 물어도 대답을 안 하네. 그냥 자기 요구사항만 계속 말하네. 미성숙한 녀석이군. 가정교육을 잘 시켜야겠다. 그리고 이 녀석, 너무 재미없는 놈이군. 나를 닮았구나. 꼭 지애비를 빼닮았어.
"아빠 거 지금 없는데, 엄마 걸로 보내주면 안 될까?"
"아빠 엄마 전번 얼마지? 여기로 보내 줄 수 있어?"
'엄마 전번 얼마지?'라고? 이 녀석 한국말이 아직 서투르군. 게다가 재미없는 녀석 하고 말하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마무리해 보자. 문자 하느라 수고 많았다. 칭찬을 해 줘야지.
"그런 일도 혼자 처리하고 참 대견하네!"
대견하다고 말해 주니,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간이 흘렀다. 서둘러 할 말을 하고 끝내야 겠군.
"우리 민성이 어제 돌잔치에 연필을 잡더니,
말도 하기 전에 문자부터 허다니~
신동인 줄 몰랐네.
우리 민성이 우유 줄까? 쭈쭈.
아빠~ 서초 경찰서에서 지금 퇴근하니 거기 있어. 데리러 갈게."
녀석은 잠수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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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는 경찰과 무관하다. 서초 경찰서 화장실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뿐...
※ 아래는 실제 문자가 오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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