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요 흰구름
"어려서 불렀던, 흰구름이란 노래 기억나세요?"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하하, 그 건 교회 여름성경학교 교가였어요."
'흰구름'은 70년대 초등학교 3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박목월 작사 외국곡이다. 그런데 가사가 변했다.
<과거>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
<현재>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바뀐 가사는 아래와 같다.
미류나무 → 미루나무,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 →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박목월 시인은 1978년 3월에 돌아가셨다. 시인이 스스로 가사를 바꿨을 리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래는 1976년 3학년 음악교과서. 가사를 살펴 보자.
'도망갔어요'와 얽힌 얘기는 다음에 하겠다. 우선 미류나무가 사라진 얘기부터 시작해 본다.
2. 혼용되었지만 원조는 미류나무
동요 '흰구름'에서 미류나무가 사라진 것.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미류나무를 찾아 국립국어원을 방문해 본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를 읽어 본다.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柳)라는 뜻에서, 미류(美柳)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밝힌다. 원조는 미류나무였다. 그런데, 왜 원조 미류나무가 사라지고, 미루나무로 대체되었을까?
■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1]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柳)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① 현실에서는 ‘미류나무’와 ‘미루나무’가 혼용되다가 ‘미루나무’가 정착하게 되었다.
② ‘미류’의 이중모음 ‘ㅠ’의 발음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발음하기 편한 단모음 ‘ㅜ’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③ 이에 1988년 표준어 개정에서는, ‘미루나무’를 표준어로 삼게 되었다.
④ 표준어 지역에서도 이중 모음의 단순화 과정으로, 애초의 형태를 들어 보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 국립국어원의 말을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
미류나무와 미루나무가 혼용되었다. -> ( 발음이 편한 미루나무가 우세해졌고, ) -> 표준어를 쓰는 서울에서도 미류나무라는 말을 들을 수 없어서 -> '미루나무'를 1988년에 표준어로 삼았다.
맞는 말일까?
3. 미류나무와 미루나무의 혼용
두 말이 혼용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래 1920년대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 < 일제강점기 1920년대 미류나무 / 미루나무 혼용 >
◎ 미루나무 [2]
-조선일보 1927.10.28 석간 5면 기사 (사회)
<나무에 눌려 자동차파양(自働車破壤) 승객은 무사>
차삼봉(車三鳳)이가 길가에서 한아름이나 되는, 미루나무를 찍다가, 자동차가 소리치고 오는 줄도 몰으고, 찍어 넘어트리어, 마침내 그와 가티 자동차를 눌은 것이라는 바, 자동차는 즉석에서 파상되고, 승객 중에는 약간 무상은 내엿스나 다행히 중상자는 업섯다더라(백천)
◎ 미류나무 [3]
-조선일보 1929.11.06 석간 5면 기사 (문화)
< 동화(童話) 아버지를 차저서- 칠七 >
일남이는 녑헤 섯는 미류나무에 뭇는 듯이 이럿케 중얼거렷습니다. 아니 일남이에게는, 그 미류나무가 알고 잇스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잇는 것 가티 생각되엇습니다
4. 미류나무란 말을 듣기 어려웠나?
표준어 지역에서도 '미류(美柳)나무'란 말을 듣기 어렵다는 국립국어원 말. 사실일까? 아니다. 1988년 '표준어규정'으로 미루나무가 표준어가 되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신문기사에서도 '미류(美柳)나무'는 살아 꿈틀거렸다. 표준어 지역에서도 미류나무를 듣기 어렵다는 국립국어원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 < 1990년대에도 미류나무가 사용됨 >
-조선일보 1992.05.01, 조간 27면, 기사(문화) [5]
박선이 기자
"▲한탄강 국민관광지,경기도 연천군 전곡면 전곡6리.
강 위쪽에는 고석정 순담계곡 등 유적과 자연경관, 여러 가지 볼 것이 있고, 아래쪽으로 위락시설이 있다. 강변 모래사장과 미류나무, 소나무 숲에서 배구도 할 수 있고, 보트도 빌려 탈 수 있다"
-조선일보 1996.12.03 조간 35면 기사(사회) [6]
< 독자의 의견 - 가로수가 벼 일조(日照) 방해 가지치기 불가피하다 >
"이 논리는 가로수변의 농토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금도 고려치 않은 채, 경관만을 중요시한 생각이다. 일제 식민치하에서도 미류나무 가로수가 대종을 이루었으나, 2m 높이에서 일정하게 잘라,주변 농작물에 그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하였다."
정부가 문교부고시 '표준어 규정'으로 미류나무를 제거한 건 1988년이다.[4] 그래도 미류나무는 1990년대까지, 계속 사용되었다.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분들 다수는, 아직도 미류나무로 알고 있다.
왜 미류나무가 표준어에서 잘려나갔을까?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 밝혀보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fWNHf6p0iE
< 참고자료 >
[1]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2] 나무에 눌려 자동차파양(自働車破壤) 승객은 무사, 조선일보, 1927.10.28 석간5면 기사
[3] 동화(童話) 아버지를 차저서- 칠七, 조선일보, 1929.11.06 석간5면 기사 (문화)
[4] 표준어규정과 한글 맞춤법 제정 1988, 국가기록원
[5] 가족나들이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적당, 조선일보, 1992.05.01, 조간27면, 기사(문화)
[6] 가로수가 벼 일조(日照) 방해 가지치기 불가피하다, 조선일보, 1996.12.03 조간 35면 기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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