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반가운 피싱 문자가 도착했다.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나 반말 싫어해.
"아빠 폰 고장 나서 서비스 맡기고 인터넷 문자로 하고 있어 부탁할 것 있어 문자 줘"
"폰 고장 났구나" 내가 답장을 보냈다.
"엉 아빠 나 부탁 하나만 아빠 나 온라인 쿠폰 환불받아야 하는데 폰 때문에 인증을 못 받고 있어 아빠가 인증 좀 받아줄 수 있어?"
잠깐 생각을 했다. 딸로 할까 아들로 할까. 내겐 딸이 없으니, 이 기회에 숨겨놓은 딸 하나 만들자. 은미가 어떨까.
"어떻게 하는지 몰라. 은미야"
"아빠 민증사진 하고 신용카드 앞뒤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 내가 이쪽에서 한 번 해볼게. 아빠는 인증번호만 확인해 주면 돼"
기왕 딸을 만들 바에, 두 딸을 만들고 싶었다. 둘째는 은영이로 하자. 그럼 둘 중 누가 문자를 하는 거야?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은미랑 대화할지 은영이랑 할지 결정해 보자구.
"근데 은미니 은영이니?"
"첫째 은미야 아빠"
대단하다. 은미가 맨 앞에 나오니, 첫째라고 대답을 했다. 그럼 넌 확실히 은미구나.
"응 은미야 당황하지 말고 어떤 카드로?" 은미라고 불러주고 안심을 시켰다.
"아빠 민증이랑 신용카드 앞뒷면 사진 찍어 보내줘"
이 녀석은 계속 자신의 목표만 말했다. 이런 딸년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었으나 참았다.
이야기를 늘여가 봐야지. 음, 뭐가 좋을까. 그래 사랑이야. 나는 딸을 사랑하는 거야. 은미~ 나는 딸 바보야. 은미가 남친을 데려온다면 어떡하지? 결혼하겠다면 어떡하고. 결혼하지 말고 아빠랑 끝없이 살자고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은미야 아빠가 항상 사랑하는 거 알지?"
"안됀다는 얘기네 아빠?"
은미가 갑자기 실망하는 눈치였다. 실망하면 더 이상 대화를 안 할지도 몰라. 토라지면 어떡해. 나는 그런 상황이 두려웠다. 마음을 돌려야겠다.
"아니 어떤 카드? 삼성 롯데 중." 녀석이 좋아할 만한 관심사로 다시 돌아갔다. 그럼 다시 대화를 하겠지?
"롯데"
안심한 은미를 향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반응할지. 은미의 마음이 궁금했다.
"아빠에게 화났어? 어제 소리쳐서 미안. 사랑해"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니야. 상황이 그렇게 된거구 나도 미안해 아빠. 부탁 들어줄 사람 생각해 봤는데 아빠뿐이었어"
와우. '미안해 아빠' 끝에 아빠라는 말이 붙어 있네. 아빠라니. 부드럽고 달콤한 추임새 같은 말이었다. 게다가 아빠뿐이라니. 이런 말을 누가 해줄까. 역시 딸이 최고야.
나는 왜 화를 내며 소리쳤을까. 질투했었나? 평생 같이 살고픈 딸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던 것일까.
"그래 어제 갑가지 남친과 여행 간다고 하니 화난 거야 미안해. 아빠 용서해 줄 거지?"
"실은 아빠 화내는 거 보고 나도 안 가기로 했어. 지금 부산역 근처에 와 있어. 오늘 좀 늦게 아빠 보러 갈게. 용서까지는...."
은미는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남친하고 여행을 안 가겠다고 하다니. 이 걸 믿어야 할지. 내 마음이 왜 이리 오락가락하나. 나는 은미를 정말 아끼고 있는 거겠지.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과 사랑. 이 거면 뭐 다 되지 않을까. 기특한 은미에게 용돈을 두둑이 줘야겠다.
"ㅇ 용돈으로 우리은행에 50만 원 넣을게"
"아니야. 아빠. 나 돈 필요한 게 아니야"
"아빠 사랑하니?" 나는 계속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찌질했다.
은미는 한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섭섭했다. 그리곤 계속 자신의 요구사항만 말했다. 속상했다.
"보니까 오늘까지 환불 기한이었어. 그래서 급하게 환불하려는 거야. 그럼"
"고마워. 은미밖에 없어. 엄마도 아빠 싫어하고 아빠 죽고 싶어"
아빠의 사정을 얘기했다. 아빠도 사람이다. 아빠는 외톨이다. 그러니 알아달라. 딸을 키운 보람이 무엇인가. 나는 딸을 사랑하고 싶었다.
"나 환불 끝나고 아빠 보러 갈게 아빠. 술은 적게 마시고"
드디어 반가운 말 한마디. 아빠를 보러 온단다. 이럴 수가. 나를 보러 와? 은미가? 때 빼고 광내야겠다. 근데, 나는 술은 거의 안 마신다. 1년에 데운 술 5스푼 정도 마실까. 소주처럼 알코올 냄새나는 술엔 고개를 돌린다. 차라리 중국음식점의 45도 고량주가 낫다. 술이 코를 통과해 바로 하늘로 날아가니까.
"아빠에게 올 때 빽알 하나 사줄래? 고량주 아빠가 좋아하는 거 알지? 면허증이면 될까?"
"보내줘 봐"
끝까지 버릇없는 말투였다. 아무리 예뻐도 교육은 시켜야지. 그래야 욕먹지 않고 사회생활 잘할 거야.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은미야. 미안한데. 급하게 나와서 지금 없네. 서초경찰서 지금 들어가서 보내줄게."
...
은미는 잠수를 탔다.
은미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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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글은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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