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문자가 도착했다.
반가운 문자였다. 마음이 밝아졌다. 오른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빠 나 폰 액정 땜에 수리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고 있어 이 번호 저장하고 톡 추가해서 톡줘"
이 번엔 '폰 액정 수리'라고 좀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잠시 생각을 했다. 이 번엔 예쁜 이름을 지어줘야지. 내 딸이니까. 내 딸은 미인이니까. 얼굴도 마음도 천사 같은 채아~ 이름에 받침이 안 들어간다. 최아처럼 들린다. 최고로 아름다운 아이.
"채아니?"
"ㅇㅇ 아빠 계단에서 폰 떨어뜨렸어 ㅠㅠ 액정 땜에 AS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는 거야 수리비용은 얼마 안돼 걱정 마 아빠 지금 바뻐?"
채아는 좀 자세한 얘기를 했다. '계단, 떨어뜨렸다, 액정을 수리한다' 음... 채아는 조금 섬세한 성격이구나. 채아와는 속 얘기를 좀 빨리 하고 싶었다.
아빠인 나는 바로 사과를 했다. 미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음, 맞아 우린 싸운 거야. 딸 채아와 싸웠지. 심한 말들이 오고 갔었지.
"저런 그랬구나
어제 아빠가 너에게 미친년이라고 욕해서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용서해 줄 수 있니?"
" 괜찮아 아빠 마음 나두이해해"
채아가 아빠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음. 그렇게 심한 욕을 했어도 이해한다니. 돈이 필요하면 딸은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 채아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구나.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사용하고 있으니, 채아에게 이젠 말을 해도 되겠다.
나는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말을 하고 싶었다. 채아는 이해심이 깊어. 이제 성인이 되었고, 모든 걸 이해할 나이이기도 하니 떨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 채아가 이해해 줄까. 아빠를 아빠로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사실 넌 내 딸이 아니고
네 엄마가 바람 펴서 태어났거든.
그걸 비밀로 하기 힘들었어"
"용서 못할 것 같아"
허거덕. 내가 착각했다. 내가 욕한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가족관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아닌 엄마의 과거사에 충격을 받았나 보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괜히 꺼냈나. 채아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구나. 또 용서를 구해야 하나?
좀 더 강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나를 고백했다.
"그래 그럼 어떡해야 하지?
엄마를 용서하기도 힘들고,
죄 없는 채아에게 손찌검하고~
정말 미안해."
"용돈 없어 용돈 줘"
채아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 내가 이렇게 가르친 거야? 돈이면 다야?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지. 돈과 용서를 바꿀 수 있는 거야? 음. 세상은 위자료가 필요하긴 하지. 채아도 마찬가지로구나. 어쩌겠어. 이게 삶인 걸.
"아빠 밉지? 용돈 주면 아빠 용서해 줄래?"
"얼마 줄 건데"
흥정을 해 왔다. 인물값을 하는 걸까.
"얼마면 용서가 가능하니?" 나도 똑같이 의문문으로 응수했다. 채아의 정신세계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얼마 줄 수 있는데" 채아는 지지 않고 또 의문문으로 받아쳤다. 질문하는 자가 주도권을 잡는 법칙을 알고 있나 보다. 보통이 아니었다.
"네가 달라는 대로" 나 역시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밀당이 계속됐다.
"천만 원 달라면 줄 꺼야?" 내 딸 채아는 또 물음표를 사용했다. 놀라웠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채아. 외유내강일까. 내가 잘 키운 덕일까. 할 수 없다. 마지막 카드를 쓸 수밖에.
"어제 아빠가 네게 손찌검하고,
머래채 휘어 감고,
벽에 집어던지고,
야구방망이로 때린 일이 그 걸로 되겠니?"
...
"채아야~ 어떻게 해 줄까?"
채아도 잠수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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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는 나쁜 아빠였다.
용서해 줘. 돌아와 줘.
문자 기다릴게 채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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