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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

내가 총에 맞았다. 배를 눌러 지혈을 했지만, 결국...

by 크루드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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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맞았네.

  괴한이 동생을 쫓아간다. 그놈 품에 숨긴 총은 위협용 모형일 거야.

  "야~ 너 누구야 저리 가" 나는 소리쳤다. 녀석 눈에선 살기가 번뜩였다. 나를 째려보았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녀석은 갑자기 은색 권총을 꺼냈다. 장난감 티가 났다. 장난감 총에 맞으면 죽냐? 뻣뻣이 고개를 쳐들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당당히 맞섰다.

 

  탕. 탕.

 

  녀석은 총을 쏘았다. 망설임이 없었다. 황당한 나. 원망의 눈초리로 그놈을 봤다. 녀석은 유유히 사라졌다. 총알 두발이 내 명치를 뚫었다. 내장을 휘저었다. 뚫린 상처를 손으로 막았다.

 

  곧 아파 올 것이다. 진통제 모르핀을 찾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리 아프지 않았다. 내장이 찢어지는 통증을 기대했는데. 뒹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견딜만했다. 그렇지만 피는 흘러 나왔다.

 

-의사 좀 불러 주세요

 "진짜로 맞았구나."

 

  그 자리에 누웠다. 피가 몸을 이탈하고 있었다. 온기도 새어나간다. 손으로 배를 눌러 지혈을 했다. 시간을 벌어 봐야지. 의사가 있으면 좋으련만.

 

 "죽는구나"  믿을 수는 없지만, 사실이었다.

 "두 방이나 맞았으니, 더 빨리 죽어가겠지. 어떻게 삶을 정리해야 하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해야 하나." 생각이 바삐 뛰었다.

 

  흰 옷의 여자 간호사가 다급히 뛰어 왔다. 총상을 살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침착한 그녀 태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라도 귀에 담아봐야지. 겨우 입을 열었다.

 

  "의사를 불러 주세요."

  "저 어떤가요?"

  "상황이 안 좋죠? "

 

  간호사는 연민 어린 표정만 지었다.

 

-간호사는 내 배를 덮어 주었다

  "괜찮죠?" 거꾸로 물으면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그제야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몸짓은 반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혈할 생각도 않았다. 온화하고 침착했다. 평화로운 얼굴로, 눈물을 참으며 내 마지막을 지켜주었다.

 

 그녀는 얇은 이불로, 내 배를 덮었다. 뜨겁고 빨간 피는 계속 흘러나왔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이게 다 뭐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익숙한 사람이 죽으면, 한동안 믿어지지 않는다. 내 죽음도 그랬다. 믿을 수 없다. 고개를 떨군 간호사는 흐느꼈다. 

 

  깨고 보니, 배가 아프다. 얇은 이불을 두르고 내 위장은 고통하고 있었다. 꿈이 잊혀지기 전에 메모를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위장약이 있는 식탁에 가면서 시계를 본다. 밤 11시 10분.

 

-담담할 수 있을까

  일회용 물약 날개를 손으로 비틀었다. 액체를 짜서 입에 밀어 넣었다. 꿈을 좀 더 살피고 마무리를 했다. 다시 시계를 본다.

밤 11시 22분. 

 

  언젠가 죽겠지? 그 날이 오겠지. 당황스러울까? 앓다가 죽으면, 정리할 시간은 있겠지? 그럼 더 나을까?

 

  이제 위통은 약간 줄어들었다. 죽음은 내게도 찾아올 거야. 마지막 숨을 쉬겠지. 크게 최대한 깊게.

  꿈처럼 담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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