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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금연' 나는 이렇게 담배맛을 알았고, 그렇게 담배를 끊었다.

by 크루드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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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이촌동과 철도

 

국민학교 입학 전 7살.

우리 집은 서부이촌동 시민아파트 3층. 외할머니 댁은 옆 동 2층. 아파트 옆은 한강철교 북단.

 

  한강철교 넘어가기 직전. 철로 옆. 대공초소. 군인 서너명이 한강철교를 지켰다. 매일 훈련을 했다. 대공포엔 포신이 여러개 달려 있었다. 훈련 때마다 대공포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2시 방향에 적기 출현, 시속 70마일로 쏴라"

 

 시속 70마일로? 무슨 말일까? 적기 속도를 계산해서 미리 앞에 쏘라는 얘기인가?

 

  한강철교엔 열차가 지났다. 열차는 가끔 철교에 섰다가 갔다. 형들은 '열차에서 사람이 한강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증기기차

 

  증기기차도 다녔다. 1967년 8월 증기기관차 종운식이 있었는데. 그래도 증기기차는 가끔 모습을 보였다. 멀리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나는 철길 쪽으로 달렸다. 증기기관차를 볼 기회다.

 

 증기기관차는 검게 헐떡였다. '퍽퍽 퍽퍽. 퍽퍽 퍽퍽.' 전력 질주한 개처럼.

 

 수증기 섞인 검은 연기. 위로 오르다가 뒤로 꺾였다. 연기는 흘렀다. 에너지가 응축된 수증기. 기차 밑으로 치이익 빠졌다.

 

  증기기관차 바퀴는 디젤 기관차 바퀴보다 훨씬 컸다. 위엄 있게 굴렀다. 바퀴에 달린 기다란 쇠 팔들. '위 앞 아래 뒤'로 타원 운동을 했다. 따각따각, 따각따각. 레일 소리에 맞췄다. 땅도 함께 진동했다.  

 

-넝마주이 재건대

 

  시민아파트에서 새남터 순교성지까지는 200미터. 철길 옆. 근로재건대(勤勞再建隊) 숙소가 있었다. 재건대원은 폐품을 고물상에 팔았다. 그렇게 생계를 유지했다.

 

  그들은 넝마주이다. 작업복엔 이름표가. 집게와 망태기를 들고 다녔다. 어린애들에겐 무서운 존재였다.

 

 나는 재건대 깡통건물 밖을 서성였다. 아무도 없나, 창문으로 내부를 살폈다. 내무반 마루가 보였다. 누군가 팔을 괴고 옆으로 누워있다. 실내 빨랫줄엔 옷가지가 널려있다.

 

 깡통 막사 TV에서 만화라도 할까? 황금박쥐 · 타이거 마스크 · 요괴인간 · 밀림의 왕자 레오 · 우주소년 아톰 등이 상영된 1972년이었다. 그 시절은 만화 전성시대였다.

 

-외할아버지 댁 흔들리는 TV와 삼강하드 통

 

  시민아파트 2층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 아파트 계단 아래 좁은 공간. 비집고 들어선 구멍가게. 교회 장로님인 외할아버지는 술을 팔지 않았다.

 

  삼강하드가 든 통. 이게 제일 탐났다. 소금과 얼음이 든 고무주머니가 맨 위에 올라와 있었다.

 

 방 2개인 외할아버지 댁. 현관 바로 앞 방은 세를 주었다. 거기엔 입술 옆에 검은 점이 찍히고, 자주 웃는 젊은 새댁 부부가 살았다. 나는 이 방에도 들어가 놀았다. 새댁은 눈치를 주었다.

 

  신발 벗고 마루에 올랐다. 왼쪽엔 작은 부엌. 정면엔 안방. 안방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경미 이모, 여고생 막내 이모가 잠을 잤고, 밥을 먹었다.

 

  외할아버지 댁 흑백 TV. 17인치 화면은 자주 찌그러졌다. 얇은 철밴드 실내 안테나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철길에서 열차가 덜커덩거리며 지난다. 화면은 찌지직 찌지직 기차 리듬을 탄다.

 

  나는 우리 집인 양 매일 이곳을 드나들었고, 가게로 가, 하드를 가끔 꺼내 먹었다.

 

-담배를 끊었다

 

  새남터 순교성지 옆 커다란 공터. 건물을 철거해서 움푹 파였다. 바람이 불었다. 쓰레기 비닐들이 냄새를 풍기며 여기저기 흩어졌다. 굴러다녔다. 이곳이 놀이터였다.

 

  공터 앞. 똥개들이 통통통통 돌아다녔다. 똥에선 김이 모락모락. 개들은 똥을 먹었다.

 

 교미한 개들은 불안해 했다. 아직 몸이 붙어있었기 때문. 시뻘건 눈을 한 개들.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빨을 보였다. 으르렁댔다. 동네 애들은 아랑곳 않았다. 막대기를 두드렸다. 개들은 옆 걸음질 쳤다. 몸이 붙은 채로. 

 

 딱성냥은 신기했다. 붉은 인(적린 赤燐)이 성냥 머리에 들어 있었다. 성냥갑 없이 아무 데나 그어도 불이 붙었다.

 

 비닐봉지가 굴러다니는 공터로 내려갔다. 담배꽁초가 떨어진 곳을 봤다. 그 곳에 원반을 던졌다. 떨어진 원반을 주웠다. 몰래 꽁초도 함께 집었다. 담배를 피워야지. 동네 형들과 함께.

 

 우린 구석진 곳에 숨어들었다. 딱성냥을 그었다. 꽁초에 불이 붙었다. 입으로 빨았다. 연기 맛이 났다. 연기는 건조하지 않았다. 텁텁했다. 습기가 느껴졌다.

 

  아. 담배. 연기 냄새. 텁텁 탄 맛. 습기 맛.

 

  연기 맛을 알았다. 그 자리에서 담배를 끊었다. 

 7살이었다.

 

  나는 군대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군대에선, 신병인 내 입에 담배를 꽂았다. 불을 붙였다. 선임병은 피우라고 명령했다. 거부했다. 빨지 않았다.

 

  담배는 국민학교 입학 전에 끊었기 때문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일찍 담배를 끊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제일 잘 한 일은

 7세때 담배를 끊은 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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