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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좌측통행, 우측통행. '버스요금요?' 안내양이 2명이었네

by 크루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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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측통행, 예전엔 좌측통행

 1973년. 국민학교 1학년. 수업을 마치고, 다리가 아프면 버스 타러 갔다.

 

  남정국민학교 앞 사망사고 난 문제의 횡단보도를 건너, 북쪽 왕복 2차선 좁은 길로 7분을 더 걸어갔다. 초록색 체크무늬 가방 플라스틱 손잡이와 신발주머니 끈을 한꺼번에 쥐고 걸었다.

 

 

  오른손으로 가방을 들었고, 오른 어깨가 내려가지 않게 힘을 잔뜩 주고 걸었다. 그러다 왼손으로 가방을 옮기고, 신발주머니 끈만 오른손으로 잡은 채, 앞뒤로 흔들다 몇 바퀴 휘돌렸다.

 

  실내화는 신발주머니 벽에 딱 붙어서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왼쪽엔 1, 2층 높이의 건물들이 줄 서 있었다. 양장점, 미장원 등 상점 옆 길을 걸었다. 배운 데로 좌측통행을 했다. 요즘은 우측통행으로 바뀌었지만.

 

  "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

 

  반대쪽에서 뚱뚱한 사람이 오면 오른쪽 옷깃이나 어깨가 아슬아슬 스쳤다. 

 

-버스 안내양 누나

  오른쪽 좁고 검은 아스팔트 도로에선 차들이 앞에서 달려왔다.

 

  사진관에 도착하면, 도로변에 버스 정류장 팻말이 어른 키 높이로 서 있었다. 여기서 쭈그려 앉았다 일어섰다를 몇 번 반복하면 다리가 시원했다. 

 

 

  버스는 언제 올지. 기린 목으로 도로 끝을 몇 번씩 봐도 봐도 소식이 없었다.

 

  20분이 지나도 버스가 안 오면, 입근육에 힘을 주고 속으로 뭐라도 씨부렁거렸다. 그렇게 안 하면 가슴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러다 한꺼번에 두 대가 꼬리를 물고 오면, 언제나 뒷 차를 탔다.

 

  앞문으로 타면서 차장 누나에게 10원을 건넸다. 누나는 흰색 카라가 달린 검은 유니폼에 동그란 모자를 썼고, 모자엔 검은 실핀이 꽂혀 있었다.

 

-앞에서 냈는데요

 버스에 안내양 누나가 두 명이던 시절이었다.

 

 뒷 문 누나가 버스비를 내라고 하면 앞문 누나에게 냈다고 말했다. 어떤 녀석들은 처음부터 버스비를 내지 않기도 했다. 나도 딱 한 번 그랬다.

   "앞에서 냈는데요?"

   "뒤에서 냈는데요?"

 

  차는 출발했지만 차장 누나는 차비를 받으려고 지나다녔다. 여기저기 짚어가며 몸을 지탱했다. 어느 날부터 앞 문 차장은 사라졌고, 버스의 앞문도 없어졌다.

 

-버스 운전을 관찰하고

  운전기사 옆 엔진 터널은 평평한 무덤처럼 불룩했다. 엔진이 트럭처럼 앞에 달린, 프런트 엔진 버스였기 때문이다.

 

 

 여기 앉게 되면  기사 아저씨가 수동기어와 클러치, 엑셀, 브레이크 어떻게 조작하는지 관찰했다.

 

  버스는 끄르렁 끊는 소리를 지르며 출발했다. 기사 아저씨가  확 밟은 엑셀에서 순간 발을 떼고 동시에 클러치를 왼발로 꾹 밟으면, 옆으로 앉은 몸이 오른쪽으로 끄떡 튕겼다 돌아왔다.

 

  아저씨는 발동작을 빨리 했지만, 수동 기어봉 조작은 천천히 정확히 했다. 수동 기어봉 끝의 검고 작은 공을 잡아, 기역니은 여유 있게 꺾어 넣었다.

 

  2단 기어를 넣은 채 엑셀만 밟았다 뗐다 할 때면, 몸은 심하게 요동했고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이러면 아저씨를 째려보고 눈을 흘겼다.

 

 엔진 열 때문에 엉덩이는 뜨끈뜨끈. 엔진 진동으로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얼얼.

 

  지금도 흔치 않은 수동 기어 차를 타게 되면 지켜본다.

 

  발동작 손동작

  차의 움찔거림

  내 몸의 흔들림

 

  가끔가다

  위장의 메스꺼움.

 

  그리고 가끔

  눈을 흘긴다.

 

< 혜은이 - 뛰뛰빵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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