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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수면마비 가위눌림 악몽을 이기는 법 '나는 곧 죽는구나'

by 크루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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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도로 질주.

 도로 위엔 안개가 꼈다. 자동차 전용도로 커브길. 반대편에서 돌진해 오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눈꺼풀엔 쇠구슬 든 주머니가 옷핀에 꽂혀 달린 것 같다. 눈이 열리지 않는다. 

 

  차는 제한속도 80km를 넘어 질주한다. 다가오는 위험을 알 수 없다.

 

 무엇이 앞에서 돌격해 올까? 

 휘발유가 넘실대는 유조차? 독극물인 벤젠∙염산이 출렁이는 탱크트럭. 수출입화물로 꽉 채운 컨테이너 트럭. 과속으로 내달리는 고속버스. 무엇이 돌격해 오는 건지. 불안하다. 몇 초 후 벌어질 무서운 일들.

 

 

 머릿속은 공포와 불안. 불바다. 눈꺼풀을 들어 올려야 하는데, 주변 이마만 들썩.

  그렇다. 나는 곧 죽겠지. 달려드는 쇳덩이에 꽝 충돌해서.

 

-이렇게 죽는구나

  차체가 쪼그라드는 소리에 페트병처럼 구겨질 까.

 

  뼈는 우두득 빠삭 바스러지지고, 근육과 피부는 갈기갈기 찢기겠지. 너덜 해진 동맥. 시뻘건 피가 심장박동 따라 울컥울컥.

 

 분수처럼 뿜어대는 피 냄새. 질질 흘러 옷을 붉게 물들이고. 김이 모락모락. 피에 흥건해진 옷. 검붉게 변해 뻣뻣.

 

  깨진 유리창. 납작해진 실내. 붉은 핏자국들.

 

  송곳으로 후벼 파고, 날카로운 칼로 살점을 도려내는 통각이 나를 고문하고. 고통은 수만 볼트 고압전류로 뇌를 지지고. 몸은 울부짖지만, 신음소리만.

 

 기도해야 한다. 뇌의 편도체 통증관리 영역(pain center)에서 통증 신호가 끊어지기만을.

 

-살려면 어떻게 해

  그렇게 죽을 수만은 없다. 내가 죽기 위해 태어났던가. 내가 죽을 사람이던가. 내가 왜 죽어?

 

  몸부림치지만 생각뿐이었다. 위험은 폭풍처럼 갑자기 현실이 될 것이다. 빨리 나를 깨워야 한다. 차는 미끄러지고. 아직 아무 일도 없다. 얼굴을 찰싹찰싹 때린다. 허벅지를 꽈악 꼬집는다. 감각이 없다. 

 

  죽음이란 글자가 새겨진, 바위 같이 무거운 눈.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니었다. 그렇게 죽는 거였다.

 

-믿을 수 있을까

  차는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브레이크는 말을 안 듣는다. 공포에 넋 나간 생각만 미쳐 날뛴다. 성대를 찢어내는 비명. 피가 폭발. 지옥이 당도하겠지.

 

  "차선을 아직 유지하고는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충돌을 피하려, 운전대만 이리저리 휘돌렸다.

 

  "어디서 돌격해 오는 거야." 

  박살 나지 않는 지금이 무섭다.

 

  "눈감고 어떻게 운전하냐고. 내게 왜 이러는데." 

  고막이 찢어지게 울부짖는다.

 

  자동으로 직진해라. 스마트 크루즈를 켠다. 카메라와 레이더는 오작동. 귀청 떨어지는 꽝 소리. 어깨띠가 갑자기 툭 가격하면. 목은 앞으로 툭 꺾이고 머리는 뒤에 꽝 부딪힐까?

 

 에어백 화약이 터지겠지? 운전대 가운데가 쾅. 순식간에 팽창한 에어백이 얼굴을 강타할 것이다. 질소∙아르곤∙수소 가스가 시속 300km 속도로 에어백을 밀어낼 것이니까. 

 

 

-마지막 숨을 쉬었다

  죽음이 예고된 무덤. 차는 계속 돌진.

  졸아든 심장.

 헐떡거리는 폐.

 

  아아악. 

 날카로운 비명.

 눈이 떠졌다.

  여기가 어디였지? 꿈이었나. 살며시 숨을 쉬어 본다. 진짜 숨이었다.

 

-꿈의 3가지 특징

  내가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내 꿈의 실체는 환각적 경험이고,

  내 꿈이 하는 일은 신호를 보내며,

  내 꿈의 의미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첫째, 꿈은 환각적 경험이다.

  

  꿈속에서 나는 행동을 했다. 뺨을 때렸고, 브레이크를 밟았고, 운전대를 돌렸다. 몸은 누운 채, 꿈속 몸은 움직였다. 꿈을 꾸며, 내 뇌는 행동을 명령했다.

 

 그 명령신호는 팔다리 운동신경까지 도달하지 않고 끊겨 있었다. 사지는 수면상태로 마비였다. 반대로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정보도 뇌로 오르지 못하고 차단되어 있었다. 그 걸 모르는 뇌는, 몸이 명령대로 팔다리를 움직였다고 착각을 했다. 뇌는 계속 환각 속 활동인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안드레아 록,『꿈꾸는 뇌의 비밀』p.128 참조 후 내 말로 풀어씀-

 

  꿈은 각성상태와 다르다. 뇌의 명령 따라 움직인, 신체 수행 정보를, 뇌로 되먹이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몸은 행동하지 않고 누운 채 꿈을 꾼다. 자면서 뇌의 명령을 팔다리가 실제로 수행하면, 몽유병 같은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자는 동안의 사지 수면마비는 정상이다.

 

  꿈은 뇌가 겪는 환각이다.  

  몸만 안 움직였을 뿐, 꿈속 경험은 뇌의 신경생리학적 실제 경험이다.

  이 것은 물리적 위험 없이 몸이 겪는 스릴이다.

 

  둘째, 꿈은 신호를 보내온다.

  위의 내 꿈은 악몽(惡夢)이지만 선몽(善夢)이다. 착한 악몽이다. 운전하는 꿈을 통해 나는 위험을 재생했다. 나의 뇌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믿다가는 비명횡사하기 딱이라 귀띔했고, 너무 피곤하면 운전을 말라고 경고했다. 꿈은 신호를 보내 나를 도와준다. 악몽이라 이름 짓고 적대시하면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나를 돕는 착한 악동 친구라 칭하면 내 친구가 된다.

 

  셋째, 꿈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내가 뇌와 신체가 없는 영(spirit)이나 유령(ghost)이 되었다면, 더 이상 꿈은 못 꿀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오늘 꿈을 꾸었다면, 인간이란 뜻이다. 아직 숨 쉬는 몸으로 살고 있다는 인간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꿈을 꾼다면 기뻐할 수 있다. 악몽을 꾸었어도 즐거워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면 야호.

 

-꿈을 알아차리고, 적어 본다

  나는 군에 재입대하며 속앓이 하는 꿈을 수십 년 꾸었다. 내가 탄 차가 끊어진 다리에서 곤두박질하는 꿈도 반복해 꾸었다. 분명 악몽이다. 영원히 만나기 싫은 사람이 존재하듯, 착한 악몽이라 이름 짓기 싫은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하지?

 

 

  다행인 것은, 반복되는 악몽은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것은 꿈이야'하는 외침으로 깨어날 수도 있다. 자각 훈련을 하면, 좀더 빨리 현실로 귀환할 수 있다.

 

 악몽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니, 군입대와 열차 추락 꿈은 물러갔다. 공포영화 상영은 이제 드문드문하다.

 

  꿈을 꾼 직후엔 초단기 휘발성 메모리에 저장된다. 다시 잠을 청하면 꿈은 증발하기 쉽다. 꿈이 도통 생각 안 난다. 치매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날아간 것뿐이니까. 

 

 꿈을 꾸는 것은 몸이 겪는 안전한 스릴이고, 살아있다는 증거니 감사해 본다. 악몽을 환영해 본다. 그러면 슬그머니 사라진다.

 

 꿈을 꾸었도다.

 내가 살아있네.

 살아있어.

 

< 참고서적 >

안드레아 록 저, 『꿈꾸는 뇌의 비밀』 윤상운 옮김. 지식의숲. 2007.

고혜경 저, 『나의 꿈 사용법 :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꿈 인문학』 한겨레출판. 2015.

 

< 박영민 -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잠이 오면 나는 잠을 자

자면서 너에게 편지를 써

자면서 나는 사랑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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