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신비한 몸을 만졌다. 연애할래? 이불 속에선 무슨 일이...

-우물 청소.

  "나랑 연애할래?"

  "연애가 뭐야?"

  누나는 이불속으로 나를 불렀다. 한낮. 대전 대동은 고요했다.

 

 

  5살. 1970년. 대전. 서울에 갔다가 대전역에 내리면 버스를 탔다. 엄마와 나란히 앉은 버스는 서울과 달리 바삐 출발하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승객을 어느 정도 채운 후에야 출발했다. 

 

  대전 집 근처엔 비포장 도로가 많았다. 철근이 실린 나무수레 바뀌는 삐걱대며 먼지를 일으켰다. 수레는 말 한 마리가 끌었다. 네 다리에 붙은 진흙은 말라 갈라져 있었다. 말은 따가닥 따가닥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고 코를 벌룽거리며 숨을 쉬었다. 

  

  어른 키보다 높은 담장 위에는 깨진 병조각들이 꽂혀 있어 눈을 아프게 했다. 우편함이 안쪽으로 달린 철문을 열면, 10걸음 앞 오른쪽 좁은 화단 벽에 허연 연탄재 3-4층이 두 줄고 서 있었다. 연탄재 3개 정도는 발에 차여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문 열고 들어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독대가 보였다. 어른 무릎 바로 아래 높이까지 오는 시멘트 대 위에 주인집 낮은 항아리 15개 정도가 햇빛에 번질거렸다. 

 

  그 너머에 둥그런 우물이 있었다. 희끄무레한 시멘트로 만들어진 우물 벽은 내 목 높이였다.

 

  우물은 깊었다. 어두웠고 햇빛에 반짝였다. 

 

 우물 청소를 하던 날. 우물은 사라졌던 운동화, 고무신, 숟가락 등을 토해냈다. 다들 내 동생 짓으로 알았지만, 우물에 뚜껑이 없었기에 웃어넘겼다.

 

-혜선이 누나

  결국 우물엔 나무 뚜껑이 올라갔다. 작은 각목을 연결해 만들어진 동그란 뚜껑. 우물보다 조금 컸다. 경첩 때문에 반으로 접을 수 있었고, 평소엔 그냥 덮어 놓았다.

 

  우리는 셋방에서 살았다. 방문의 창호지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내 사진을 보면 눈썹 위 일자머리였다. 얼굴은 통통한 살이 올라 있었다. 웃는 낯이었다. 

 

  주인집에는 6학년 혜선(가명)이 누나와 4학년 정민(가명)이 형이 살았다. 누나 형이 학교에 가면 혼자 놀았다. 

 

  낮에는 마당에서 세발 자전거를 탔다. 가끔 주인집 마루에 있는 발 재봉틀 밑에 들어가 놀았다. 발판과 연결된 자전거 바퀴같이 커다란 휠은 트럭 운전대 같았다. 휠을 돌려 운전을 했다. 

 

 

  어른들이 외출하고 하늘은 맑고 조용한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재봉틀 밑에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혜선이 누나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누나는 생머리에 단발머리였다. 고개를 비스듬히 하면 머릿결이 찰랑찰랑했다. 오른쪽 눈 위로 흘러 내린 머리칼은 반짝였다. 눈은 만화 주인공처럼 커다랗고 웃을 땐 입꼬리가 올라갔다. 빨간 원피스도 가끔 입었다. 

 

  안방 가운데는 개지 않은 이불이 있었다.

 

-연애의 시작

  누나는 이불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평소 친절한 누나였으니 시키는 대로 했다. 둘은 나란히 이불을 덮고 천장을 보았다. 밝은 세상은 조용했다. 누나가 말을 걸었다.

 

  "나랑 연애할래?"

  "연애가 뭐야?"

  "응. 그거"

 

  누나는 왼손을 내 아랫도리에 넣었다. 의학용어로 음경(식물학 용어로는 '고추')을 만졌다. [1] 묘한 감정이었다. 이런게 연애? 누나가 자기 것도 만져 보라고 했다.

 

  아. 이런 느낌이 연애로구나.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상 야릇했다. 착하고 친절한 누나와 같이 이불속 한 공간에 있다니 이게 꿈인가. 이래도 되는 거겠지? 우리만의 감춰진 세상이니까. 손이 서로의 몸을 만질 수 있다니.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비밀의식이었다.

 

  잠시 후 일어나 나왔다.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나와 나만 알고 있는, 성스럽고 행복한 비밀로 하고 싶었다.

 

  누나와의 거룩하고 신비한 만짐의 시간이 가끔 생각났다. 또 그런 기회가 오지나 않을까 기대가 생겼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 해를 못 넘겨 서울로 이사 갔다.

 

-언제 인간이 되는 것일까

  미국이 이라크에 최근 돌려준 인류 최초의 영웅 이야기 <길가메시 서사시> 점토판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2]

 

  들판에서 살았던 짐승 인간 엔키두는 이슈타르 여신의 여사제이자 매춘부 샴하트와 6일 낮, 7일 밤 동안 육체관계를 맺었다. 이건 엔키두의 야성을 벗기기 위한 신들의 계략이었다. [3]\

 

< 샴하트와 엔키두>

 

 여기서 엔키두는 자신만을 위해 살던 짐승 같은 삶을 버린 것이 아닐까. 다른 육체인 여자와 함께 하는 기쁨을 느꼈고 인간의 영혼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엔키두는 여성을 통해 인간임을 자각했다. 친구였던 짐승들은 그를 피했다. 

 

  엔키두는 인간과 함께 살게 되고, 야만에서 벗어났다. 이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그는 몇 날 며칠 동안 상대의 살결을 어루만졌다. 자신의 피부도 만져졌다. 만짐과 만져짐을 통한 기쁨. 살아있는 자신을 자각한 걸까. 접촉을 통해 신경이 재배선되었다. 짐승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임을 깨달은 걸까.

 

  생존만을 위한 손. 승리만을 위한 손. 죽이는 무기였던 짐승의 손. 

 

  야만의 손이 

  만지고 쓰다듬는 

  사랑의 손으로 변한다.

 

  친절을 베푸는 손.

  그 손길로

  인류는 살아왔을까. 

 

  5살.   

  사랑은 손길(터치)임을 

  알게 되었던 것일까.  

 

< 참고자료 >

[1] Irvin H. Hirsch , 남성 생식기계 구조-msd 일반인용 매뉴얼, Sidney Kimmel Medical College of Thomas Jefferson University, 2021.3.10

[2] '길가메시의 꿈', 30년 만에 본국 이라크로, BBC News Korea, 2021.9.25

[3] [고전다시읽기] 신들이 ‘불멸’을 가져가고 인간에겐 ‘필멸’을 주었네/이권우 문화책&생각, 한겨레, 2006.11.02

 

< 조이 - 터치 바이 터치 >

https://youtu.be/A_Gk12ny9NA